정치권은 5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던 여기자 2명과 함께 미국으로 귀환한 것과 관련, 개성공단 근로자 유 씨와 연안호 선원들의 송환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가 남북간 대화채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 여기자 2명을 석방시켰고 (북미간) 새로운 대화채널을 확보했다는 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순자 최고위원은 “억류된 미 여기자 2명의 귀환이 임박한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현대아산 직원 유 씨가 103일째 억류돼 있고 연안호 선원 4명을 포함한 총 5명의 우리 국민이 사실상 북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우리로서는 참으로 가슴 답답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태도 변화는 사실상 미국에 의해 유도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는 미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 사인을 보내고 여기자를 잡고 있는 게 실익이 없다는 것을 꾸준히 각인시킨 결과”라며 “이제 우리 손으로 5명의 국민을 구해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미북 대화의 새로운 전기라고 평가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한반도에 참으로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은 현재 각종 현안을 놓고 물밑 대화를 진행 중이고, 이번 사건은 그 중간 결실의 일환이다. 우리는 개성공단 유 씨 문제나 연안호 문제에 어떤 대책을 취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8·15를 계기로 대북정책 전면 수정, 유 씨 문제, 연안호 문제, 개성공단, 금강산 문제 등을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특사 파견도 촉구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대한민국이 소외된 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민족 생존의 문제를 미국에 의존했을 때 ‘통미봉남 (通美封南)’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는 남북대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종국적으로는 북한도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고, 그 틀 내에서 북미간 직접 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리라 예상한다”며 “그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아무런 대화를 못하고 있다. 한심한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일종의 ‘통미봉남’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며 “여기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미국의 전 대통령이 방문한 사실을 자신들의 국내 정치 문제와 상당 부분 부각시키려는 북한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북미간의 핵 문제 관련 양자 협상이 이뤄질 개연성은 없지만 적어도 6자회담을 좀 더 활성화 하기 위한 북미간의 대화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들은 풀어줬으면서도, 우리측 억류자들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