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씨 석방에 ‘원칙 대응’ 주효…대북정책 변화 없을듯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44) 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136일만에 무사 귀환했다.

그의 귀환에는 미 여기자 석방 후과와 정부와 민간의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 중에도 특히 정부의 일관된 ‘자국민 보호’ 우선 원칙이 북한에도 통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북한은 유 씨가 지난 3월 30일 개성공단에서 ‘공화국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 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는 혐의로 개성에 억류했다. 이후 북측은 유 씨에 대한 접견과 변호인 접근을 허용을 차단했다.

북측은 유 씨 억류 나흘째인 4월 3일 직접 개성을 방문한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의 접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13일에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등에 따라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을 허용하라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어 6월과 7월 세 차례 개성공단에서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북측은 토지 임대료와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며 유 씨 문제를 의제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우리 정부는 적지않게 당황했다. 그러나 정부는 인질을 내세워 우리의 대북정책을 흔들어 보려는 북측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았다.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유 씨 석방 문제를 접근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에 지원을 해야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변했던 지난 10년의 햇볕정책과 접근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이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실무협상에서도 북측의 현금 보상 요구를 거절하고 유 씨 문제 해결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결국 북한은 제재국면과 남북관계 악화로 맞닥트린 경제 및 외교적 위기가 가중되자 억류 사태 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부는 이번 유 씨 석방과 관련해서 북한에 ‘유감’을 표명하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드러났던 ‘협박-보상’ 패턴을 중단시킨 중요한 계기로 볼 수 있다.

또한, 남북간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특유의 장기적 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우리가 세운 대북정책 기조대로 원칙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북측의 부당한 협상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유 씨 석방 사태를 계기로 지금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성과다. 청와대는 13일 유 씨 석방과 관련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미국 정부가 여기자 석방 후에 제재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점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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