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제 정신인가?

▲ 유홍준 문화재청장 <연합>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북측 주최 만찬장에서 ‘이름없는 영웅들’이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평양에서 개최된 ‘6.15 공동선언 5주년 통일대축전’ 첫날인 14일 저녁, 백화원초대소 만찬 도중 유청장은 주빈석에서 일어나 ‘이름없는 영웅들’을 두 세 소절 노래했다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북한 혁명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는 북한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유청장이 정말로 그 노래를 불렀다면 그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이름없는 영웅들’은 간첩 영웅시 한 영화

아마도 유청장은 북한에 가서 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한 곡조쯤 불러서 북측의 호감을 얻어볼 요량으로 방북전 노래를 고른 것 같다. 그러나 번지수가 완전히 틀렸다.

‘이름없는 영웅들’이 무슨 영화인줄이나 아는가?

북한의 공작원이 대남 지하공작활동을 하는 과정을 영웅으로 묘사한, ‘북한판 007’이다. 주제가 첫 소절에 나오는 “남모르는 들판에 남모르게 피는 꽃”은 지하공작활동을 의미하고, 가사에 등작하는 “이름없는 꽃”은 남파공작원을 의미한다. 이런 내용도 모르고 그저 가사가 조금 서정적인 것 같아 한번 불러 제낀 것인가.

유청장이 ‘이름없는 영웅들’ 주제가를 어떤 경로를 통해 배우게 되었는지도 참으로 궁금하다.

남한에서 과거에 친북좌파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북한영화상영운동’이 벌어진 적 있는데, 그때 ‘이름없는 영웅들’이 상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꽃파는 처녀, 피바다, 춘향전 등 대개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영화였고, 기껏 민감한 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라고 해봤자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월미도’정도였다. 간첩을 영웅으로 묘사한 영화는 감히 상영할 엄두도 못냈다.

유청장, 공직 사퇴해야

그런데 유청장은 어떤 경로로 그 영화를 보았으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노래를 배웠을까? 시중에 유통되는 북한노래 음반에도 찾아볼 수 없는 노래인데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과연 유청장이 북한의 ‘이름없는 영웅들’을 불렀을까 하고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여하튼 유청장이 귀국을 하면 따져 물을 일이다. 2001년 평양축전 때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김일성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해서 방명록에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조국통일 이룩하자”고 썼다가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자꾸 떠오른다.

게다가 유청장은 문화재 보호, 관리, 지정을 담당하는 문화재청의 수장이다. 국가의 정신적 유산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분별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백화원초대소에서 혁명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에 나오는 노래를 부른 것이 맞다면 공직을 사퇴하여야 옳을 것이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