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열 “정상선언, 어음 난발로 후임자 결제 불가피”

노무현(사진) 대통령의 임기가 2개월 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07남북정상선언’이 나온 것은 임기 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과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8일 한반도선진화재단 ‘긴급정책진단 제12호’에 기고한 ‘10.4남북정상선언의 5대 문제점’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노 대통령이 언급한 ‘전임자의 어음을 후임자가 결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합의한 것과 관련, “남북간 합의가 이루어지고 계획대로 공동사업들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한반도 평화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조정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유 교수는 “NLL수역에서 우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들을 논의하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11월에 개최키로 했으나 우선 순위가 뒤바뀐 경우”라고 지적하며 “NLL에 대한 합리적 결정이 도출되기도 전에 특별지대를 조성키로 한 것은 향후 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의 입지축소와 함께 한미관계를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3자 또는 4자 정상의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 “종전선언의 주체가 남북한과 3자 또는 중국이 포함된 4자인 경우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한국을 배제하려던 전략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전협정의 서명주체인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은 법적으로나 실효적 측면에서 모순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종전선언에 대해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이 완전 폐기되고 검증된 연후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수차 밝혔음에도 남북이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제기한 것은 자칫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거나 핵폐기를 더디게 할 수도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회피할 수 없게 됐다”고 상기시켰다.

또한 북핵문제에 대해 “‘9.19공동성명이나 2.13합의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언급만으로는 향후 북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역할과 입지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기대했던 납북자와 국군포로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고 이산가족 상봉사업의 규모와 속도를 높이는데 대해서도 개선안이 마련되지 못했다”면서 “나아가 북한 내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못하게 할 상호내정간섭 금지 조항이나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 법, 제도의 개편문제 역시 민주주의의 보편적 기준에서 매우 후퇴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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