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정 칼럼] ‘종전선언’ 관련 북미 간 입장 차이와 중국 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측 상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측 상단).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좌측 하단), 문재인 대통령(우측 하단)

북미 후속 협상의 변수 : 종전선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2018.7.6-7)을 계기로 본격화된 북한과 미국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상에서 종전선언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보도(7.20)에 따르면, 북한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비핵화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한다.

한편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으로 출발한 직후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며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강변하면서,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하였다. 이제 종전선언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현 시점에서 종전선언을 후속협상의 핵심 이슈로 부각시키는 것일까? 한편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유엔사, 한미군사훈연습 의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미 적대관계를 청산함으로써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9.9절까지 대미관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이를 체제 결속을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 종전선언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들은 중국 변수를 간과하고 있다. 북한이 북미 후속협상에서 종전선언을 중요 의제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급속히 회복된 북중 관계를 바탕으로 북한문제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변수 : 종전선언의 주체

사실 판문점 선언의 종전선언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설정하고자 하였던 국가는 미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면담(2018.6.2.)하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종전선언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필자가 여러 경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미 3국으로 제안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이 제외된 남·북·미간 종전선언 체결에 부정적이어서 정상회담에 담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한 북한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평양 방문 직후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을 빨리 발표하는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긴장완화와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라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북한이 위 담화에서 주장하고 있는 종전선언의 주체는 남·북·미 3자가 아닌 중국이 포함된 남·북·미·중 4자라는 것이다.

중국은 3개월간 세 차례라는 이례적인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관계를 급속히 복원시켰다. 그리고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항공기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이 북미 협상 과정에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 진다.

종전선언의 주체와 관련하여 중국은 자국이 1953년 정전협정 서명국이었기 때문에 종전선언의 체결에 중국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1958년 북한에서 군대를 철수하면서 정전협정의 관할권을 행사해 오지 않았고, 1994년에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군사정전위원회 중국 측 대표도 철수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가 중국, 북한, 미국이었고 추후에 정전협정이 무효화되거나 다른 협정으로 대체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만이 법적‧제도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반도 정전체제 해체의 첫걸음인 종전선언부터 중국이 당사자로 참여하여, 향후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질서 재편과정에서 중국의 발언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북한이 중국을 고려하여 남·북·미 3자가 아닌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 체결을 비핵화 조치의 선행조건으로 들고 나오자, 역으로 미국은 중국의 참여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지연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대응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동력이 유지·발전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북미 간 후속협상이 중국의 관여로 복잡하게 꼬이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은 한편으로는 한중 고위급 협의를 개최해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엔진시험장 조기 폐기와 핵 신고 및 검증을 수용하도록 설득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수용하도록 협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쪽도 상대국에 대한 우호적 조치를 먼저 실행하는 것을 꺼려한다면, 북한이 핵 신고 및 검증을 조기 수용하는 조건으로 중국의 참여를 받아들이는 중재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판단한다면 불행하게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9월 9일 북한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과 11월 8일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양측의 국내정치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닐 수 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협상력 약화를 우려해 서로 먼저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야 말로 우리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이 다시 요구되는 시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