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까지 체제선전…”국제아동절 맞아 中서 공연”

북한이 국제아동절(6.1)을 맞아 함경북도 무산군 유치원생들을 중국에 보내 중국인을 상대로한 체제선전 공연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무산군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아동절을 맞아 무산지역 유치원 써클단(공연단) 10여명이 오늘 아침 일찍 두만강 건너 중국으로  떠났다”면서 “난핑(南坪)에서 하루 동안 3차례 공연을 벌인 뒤 국경 업무가 마치는 오후 6시에 맞춰 돌아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무산군과 중국 지린성 화룡시 난핑진은 1990년 중반 서로 자매결연을 맺은 이후 해마다 국제아동절에 북한 유치원 공연단이 중국을 찾고 있다. 국경지역인 신의주 등에서도 이런 형태의 공연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치원 공연단은 중국 유치원을 방문해 유치원생들과 학부모, 지역 간부들 앞에서 북한의 노래와 춤 등을 선보인다. 북한의 노래와 춤 대부분은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거나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우상화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후 중국 측이 준비한 식사시간을 갖고 다양한 기념품을 전달받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일단 자녀들의 중국방문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어린 아이들이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지만, 일단 중국에 공연을 나가면 쌀밥과 고기를 마음 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치원 공연단 선발 과정에서 학무보들간에 뇌물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유치원생들을 인솔하는 교양원(보육교사)과 공연 지도원들 역시 중국측으로부터 식품, 공업품, 의류 등을 선물 받을 수 있어 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에 가서 얻어먹고 오라고 아이들 등을 떠미는 것은 국가적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행사 명분은 자매결연 도시간 문화교류지만, 지금까지 중국 유치원생들이 북한을 찾아와 공연을 선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주민들은 “중국 사람들이 위생조건이 불결한 곳(무산)에 자기 아이들을 보내려고 하겠는가” “우리가 한심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망신 당하느니 차라리 중국 아이들이 안오는 게 다행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어린이날(5.5)이 초등학생까지 포괄하는 기념일이라면 북한에서 국제아동절은 유치원생들까지만 해당된다.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학생들의 경우 북한 노동당 산하조직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 지도하고 있는 ‘소년단’의 창립일(6.6)이 되어야 주인공 대접을 받는다.


북한에서 6.1절은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명절이다. 보통 국제아동절이 되면 북한 어린이들은 체육대회를 하거나 원족(소풍)을 간다. 체육대회 종목은 축구, 달리기, 밧줄당기기(줄다리기), 무릎싸움(닭싸움), 자전거 달리기 등이 있다.


유원지 공원 등지로 가는 소풍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춤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일부 고위층 아동들을 제외한 아동들은 풍족한 아동절을 보내지 못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온 나라의 탁아소·유치원들과 공원·유원지들에서 꽃봉오리들의 체육유희오락경기와 예술소품공연들이 진행되고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국제아동절을 즐겁게 기념하고있다”고 선전했다.


북한은 국제아동절에는 탁아소나 유치원을 휴원하고 유치원생들을 동원한 기념행사를 벌인다. 유치원생들은 이런 자리에서 미군으로 형상화된 인형을 때리는 시합을 벌이거나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를 과시하는 선전극에 동원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