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진 정부,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되나?

김정일의 사망 이후 우리 정부가 이전보다 유연해진 대북 스탠스를 보이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일단 정부 안팎에서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김정은 체제와의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엿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북한 사회가 안정되면 이후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며 “우리가 (조의·조문과 관련해) 취한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고, 북한도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23일 김정은 체제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남북간 기본 합의에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도록 돼 있다”며 “이런 원칙을 여전히 유효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 대해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절대 권력자가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한과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지만 새로운 지도자와 지도부에 대해 ‘대화에 응하라’는 일종의 대북 메시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독재자가 죽었으니 정부는 유연한 태도를 먼저 보여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원칙을 버린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풀어 놓고 김정일 사후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종전 입장에서 유연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책임자인 김정일이 사망했기 때문에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이었던 5·24조치를 단계적으로 풀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초 이산가족 상봉 대가로 정부가 대북지원을 재개해 남북관계가 물꼬를 틀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쌀 등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현재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은 이산가족 상봉”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류 장관은 김정일 생전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간 접촉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추진하기 위해 실무 차원에서 여러 여건을 확인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지원은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조기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조기에 재개되어야 하지만 이산가족상봉 대가로 경제적 지원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