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물어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을 처벌토록 권고하는 결의안이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유엔총회 3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 결의안을 ‘회원국 합의’로 채택했다.
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투표를 요구하지 않았다.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지만, 지금까지 담당 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실상 이날 통과가 확정된 것으로 간주된다. 올해 결의안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만들고 70여 개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가했다.
유엔총회가 북한의 인권 개선 권고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2005년 이후 12년 연속이다. 또 북한 인권의 ICC 회부와 책임자처벌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3년 연속이다.
특히 올해 결의안에는 북한 내 반(反)인도범죄 책임 주체로 “리더십(leadership)에 의해 통제되는 기관이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는 표현이 처음 명시됐다. 이는 북한인권 유린의 최고 책임자가 김정은이라는 사실을 못 박고 처벌 대상에 포함할 것을 더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의안은 또 여전히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난하고, 정치범 강제수용소 감금과 고문, 성폭행, 공개 처형 등을 인권 유린 사례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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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희생하는 대가로 핵 및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우려도 처음으로 담겼다. 결의안에는 “열악한 인권 상황에서, 자원을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전용하는 것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적었다. 북한 해외 노동자의 인권 침해 우려와 납북 외국인을 즉각 석방하라는 요구도 처음 포함됐다.
북한 해외 노동자의 인권 실태와 관련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최근 발표를 통해 “북한 해외노동자 수는 약 5만~6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추산하기 어려운 지역을 포함하면 10만여명 규모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면서 “북한 당국은 이들 노동자들을 통해 연간 2억~3억 달러(약 2200억~3400억원)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소장은 “북한 주민들은 해외 노동 파견이 북한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파견을 희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임금착취 등 다양한 인권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의 지휘와 통제 아래 ‘작은 북한 사회’가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주도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적인 행위라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의 우방으로 통하는 중국과 러시아, 시리아,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도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북한은 회의도중 회의장을 나가 별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인룡 유엔 주재 차석대사와 김영호 외무성 인권과장, 리성철 유엔 주대 참사관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유엔 총회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 보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미국 등 북한 적대국이 정치적으로 공모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엔총회 3위원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에 대해 우리 정부는 16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부는 조준혁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금번 결의는 2005년부터 채택된 역대 유엔 총회 북한인권 결의 중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이 주민들의 민생은 도외시한 채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집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한 “금번 결의는 역대 결의 중 최초로 북한 해외노동자 착취에 대한 우려, 북한 지도층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핵·미사일 프로그램으로의 재원 전용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등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정부는 북한이 유엔총회 결의 권고에 따라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