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와 정부 이행조치

“유엔헌장 7장에 따라 행동하고 산하 41조 규정에 따라 조치들을 취한다”. 진통 끝에 지난 달 15일(한국시간) 나온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1718호의 핵심 문구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부터 시작된 미국과 일본 주도의 대북 제재 움직임은 유엔 헌장 7조의 원용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대북 조치 내용을 7장의 포괄적 원용이 아닌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담은 7장 41조로 특정하면서 1718호를 낳았다.

이로써 군사적 제재를 담은 7장 42조를 가까스로 피해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 결의안이 미국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한 뒤 “자주권을 침해할 경우 무자비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으름짱을 놓았다.

1718호가 나올 때까지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 군사적 제재 조항이 원용될 경우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한층 고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이 결의안의 골자는 회원국들의 행동 내용을 명시한 8조에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탄도 미사일,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품목은 물론이고 일부 재래식 무기와 사치품까지 대북 제공, 판매, 이전을 금지하도록 했고 북한의 WMD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금과 금융자산 등의 동결, 화물검색 조치 등이 망라됐다.

이에 정부는 회원국으로서 이 결의를 존중하고 준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결의안 분석에 들어갔지만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결의안 내용과 무관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1718호 이행을 위해 북핵 폐기의 지속적 추진, 안보리 결의의 이행, 안보위협 및 경제불안 최소화, 대화를 통한 지속적인 해결 노력 등 크게 네가지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른 이행 조치로는 ▲WMD, 재래식 무기, 사치품 등의 공급.판매.이전 금지 ▲제재 대상 개인.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 및 자산활용 방지 ▲북한 출입화물 검색 ▲제재위 지정 북한 인사 및 가족의 출입.체류 금지 등이 검토됐다.

정부는 그 결과로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세부 품목리스트와 WMD 관련 개인.단체 목록을 내놓으면 ▲전략물자.기술 수출입 통합공고 ▲반출입 승인대상 물품 고시 ▲남북 왕래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 등 국내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막상 지난 1일 나온 리스트에는 WMD 관련 품목만 나왔을 뿐 WMD 유관 개인.단체 목록은 나오지 않았고 사치품의 경우 회원국의 재량권을 맡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전문가들은 사치품의 경우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어 공통분모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고 WMD 관련 개인 및 단체도 지정할 만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또 WMD 관련 품목도 유엔 제재위는 제재 대상 품목을 위한 근거로 핵공급그룹(NSG)과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호주그룹(AG)을 원용하면서 예상보다 범위가 좁았다.

특히 이들 통제체제는 우리가 이미 2001년 이전에 모두 가입해 국내 무역시스템에 적용하고 있었던 만큼 국내 규정에 추가하지 않은 채 확실하게 운영할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품목리스트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제재위가 지정한 품목들은 모두 우리가 운영중인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국제 수출통제의 대상품목이 아니더라도 WMD 개발이나 생산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출을 통제하는 `캐치 올(Catch-all)’ 제도도 2003년부터 수출통제수단으로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사치품이나 WMD 관련 개인 및 단체에 대한 금융제재 문제가 남아 있지만 정부로서는 남북 반출입 품목 중에는 사치품이 없고 국내에는 WMD 등과 관련된 북한 자산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물검색의 경우 종전 제도를 활용, 국내 항구를 출입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관세법에 따라 세관이 검색하고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이 가능한 남북해운합의서도 활용키로 했다.

하지만 유엔 제재와는 무관하게 미국의 요청으로 논의 중인 WMD 확산방지구상(PSI)의 확대 참여 문제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복잡하게 뒤엉킨 사안인 만큼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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