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식량계획(WFP)에서 주도하는 대북지원 식량이 양강도 지역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 사이에서 특정지역에만 식량이 분배된다는 불만이 제기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2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양강도에 공급된 유엔 강냉이와 밀(대북지원식량)은 모두 백암군에 보내졌다”면서 “이에 따라 양강도 주민들은 ‘유엔 쌀도 날쌘 놈들만 먹는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양강도 백암군이 유엔 식량지원 대상지역에 선정된 것은 다른 지역보다 식량상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간부들의 ‘입김’에 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백암군은 통나무 수출도 많이 하고 고사리나 약초들도 많이 나기 때문에 양강도내 삼지연군(郡)이나 풍산군(郡)보다 식량사정이 덜 어려운 지역”이라며 “지난 5월 유엔에서 파견된 조사요원 일행이 실태조사차 백암군을 다녀간 후, 백암군에 대한 유엔의 식량지원이 결정났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유엔 검열단은 원래 국가에서 지정해준 곳 외에는 방문할 수 없다”며 “주민들은 백암군 책임비서가 중앙당의 배경을 이용해 유엔 검열단 끌어들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암군 당 비서가 중앙에서 상당한 권력을 등에 업고 있고, 도당 간부들과도 특별히 통한다고 소문이 있다”면서 “(백암군 비서가) 배경이 좋으니까 중앙에서 검열 대상지를 지정할 때 힘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불만은 일반 주민들뿐 아니라 간부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그는 “타군(郡) 간부들은 ‘백암군은 책임비서가 유능해 식량 지원도 받는데, 우리는 뭔가?’라는 주민들의 질타가 확산되자 ‘백암군에 한 달 분을 주려면, 다른 군까지 10일 분씩 나누어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라는 불만을 표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지금 유엔에서 식량을 지원해줘 봐야 어차피 분배된 양 만큼 국가가 가을에 식량을 거두어 간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 지원 사업으로 한 달분의 식량을 받았다면, 올 가을 분배에서 유엔에서 받은 양 만큼을 덜 주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이번에 백암군에 한 달분의 쌀을 주는 대신 그만큼에 해당하는 양의 백암군 감자를 가을에 대홍단군 전분공장에 넘긴다는 소문이 있다”며 “가장 바쁜 4~5월에 식량을 줬다면 큰 도움이 됐겠지만, 지금에 와서 이런 식의 지원은 그 의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 토니 밴버리 아시아 담당 국장은 29일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양강도 백암군 방문 사례를 소개하며 “백암군 방문은 국제구호단체 요원으로서는 처음 방문한 것이며, 주민들도 외국인을 처음 본 것”이라고 밝혔다.
밴버리 국장은 백암군 실태에 대해 “마을은 기본적으로 시멘트 블록 건축물로 이뤄져 있고, 건축미는 전혀 고려치 않아 황량하며, 마치 산업사회 이전의 단계 같다”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