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석달…대북압박 효과 있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한 지 석달이 지나면서 이 결의안이 어느 정도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지 주목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닷새만인 지난해 10월14일 채택된 결의 1718호에는 군사적 제재가 담기지는 않았지만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재래식 무기, 사치품 등의 북한 이전 금지와 화물검색 등 광범위한 경제 제재가 적시돼 있다.

유엔 활동이 그동안 이른바 ‘불량국가’를 제어하는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우호적이던 중국과 러시아까지 1718호 채택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당한 압박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대북 압박 효과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1718호의 이행 실무를 담당한 제재위원회가 아직까지도 운영지침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제재위는 WMD 관련 품목만 이미 나와있던 핵공급그룹(NSG)과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호주그룹(AG) 등을 원용했을 뿐 WMD 유관 개인.단체 목록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고 사치품도 회원국 재량에 맡겼다.

1718호 채택 한 달 안에 각 회원국이 제재위에 제출하도록 한 제재이행방안 보고서도 전체 192개국 가운데 미국, 일본 등 45개국과 유엔연합(EU) 등 4분의 1 정도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결의 통과 석달에 맞춰 제재위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도 특별한 내용없이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하는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1718호 채택 과정에서 적극적이었던 중국이 실제 이행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대북 압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큰 이유로 지적된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가 이뤄진 직후에는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의 뱅크오브차이나 지점을 비롯한 4개 은행에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토록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 했지만 이후 뚜렷한 활동상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사일 발사 이후인 작년 9월 북한에 원유를 전혀 수출하지 않았지만 정작 핵실험이 이뤄진 10월에는 대북 원유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87.7%, 11월에는 17.8% 증가하는 등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층 장악 능력을 겨냥한 대북 사치품 금수조치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한 북한은 중국에서 각종 사치품을 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과 함께 한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 유엔에서 결의한 수준의 경제제재는 이미 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핵실험 이전과 비교해 특별하게 추가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북 금수 사치품 명단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대북 반출 품목에 사치품은 없다며 다른 나라의 동향을 살피며 발표는 미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엔 제재와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한국은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이 북한의 ‘돈줄’이 아니냐는 일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두 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의 PSI(확산방지구상)에도 정식 참여하지 않은 점도 꼬집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해 12월30일자 사설을 통해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제재를 가결했지만 실제적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 한국의 비협조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유엔 제재와 상관없이 미사일 발사 이후에 취한 대북 쌀.비료 지원 유보 조치는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1718호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국제사회의 기류가 ‘압박’에서 ‘대화’로 전환된 점도 거론된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둬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반면 아직까지 1718호의 실효성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북한 외화 수입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사일을 비롯한 WMD(대량살상무기)의 수출이 차단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WMD 판매로 매년 5억∼10억 달러 정도 벌어왔는데 1718호 결의로 국제사회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수출이 극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서 안보리 제재 결의를 해제하라고 주장한 것도 제재로 인해 타격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원유 수출 등 당국 차원에서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대북 투자를 고려하던 민간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돼 향후 북중 경제협력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만약 6자회담이 효과를 거두지 못해 중국마저 본격적으로 1718호 이행에 동참한다면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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