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자실의 北 `태양절’ 보도자료

“북한 인민들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the Day of the Sun)로 기념하고 있다. 사회주의 코리아의 창시자인 김 주석은 최고수준의 빛과 열, 매력을 소유하고 있어 태양에 비유된다”


7일 맨해튼 유엔본부 기자실에 지난달 29일자로 발행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명의의 3쪽 짜리 보도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고 김 전 주석의 생일로 북한이 기념하고 있는 태양절을 맞아 전세계에서 파견된 유엔 기자들을 대상으로 뿌린 것이다.


‘영원한 태양’(Eternal Sun)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는 김 전 주석 미화로 일관했다.


“그의 탄생은 인류 역사에서 자주 시대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며 “주체 사상은 억압받는 세계 인민들에게 자신들이 운명의 주인임을 깨닫게 해 주었고”, “인민은 나의 신이라는 모토로 인민들과 항상 어울려 지냈던 김 주석은 무료 의료.교육을 제공하고 세금을 철폐했다”는 식이다.


자료는 김 전 주석이 민족과 이념, 종교적 신앙에 관계없이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호의를 베풀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예로 든 것이 지난 1964년 기니 공화국의 한 라디오방송사 사장이 평양을 방문했다가 갑작스럽게 치명적인 병에 걸렸을때 김 전 주석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를 구해 내라고 지시해 북한의 유능한 의료진이 대거 투입돼 그를 치료했고, 전 오스트리아 사회당수였던 크레이스키가 병에 걸렸을때 김 전 주석이 북한 의료진을 보내 병을 낫게 해 줬다는 내용이다.


또 북한을 방문했던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와 세계적인 부흥전도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김 전 주석을 신과 같은 존재로 비유했다면서, 특히 그레이엄 목사는 김 전 주석이 이끄는 북한은 신이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자료는 “태양이 불멸하는 것 처럼, 김일성 주석도 인류의 가슴속에 살아있다”고 끝을 맺는다.


지나가는 한 서방 기자에게 이 보도자료를 읽어 보았느냐고 묻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 번 읽어 보고 코멘트를 해 달라고 부탁하자 “김 주석(President)이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아버지가 맞느냐”고 반문한 뒤, “사망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북한 사람들은 김 주석을 신 처럼 추앙(adoration)하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혹시 북한이 최근 권력승계 등을 앞두고 국제 무대에서 김 전 주석에 대한 미화작업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북한 대표부에 태양절 관련 보도자료를 이전에도 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직원은 “우리가 정상적(일상적)으로 하는 업무”라면서 “매년 계속 내왔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본 적이 없다고 되묻자 “다른 기자들이 빨리 집어가서 그랬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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