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안 북중국경 1300km 덮을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3차 핵식험에 대한 제재를 담은 결의안(Resolution-2094)을 7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 의무화, 북한의 대내외적 금융활동 제한, 북한 외교관의 불법활동에 대한 감시 강화, 제재 대상이 되는 개인 및 법인의 여행 금지 등을 주요 알맹이로 담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개발과 관련 지금까지 총 여섯 차례 결의안을 채택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던 이른바 ‘1차 북핵위기’ 당시 ‘결의-825’가 채택된 것으로 시작해, 2006년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결의-1695), 2006년 1차 핵실험(결의-1718), 2009년 2차 핵실험(결의-1874), 2012년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 2호기 발사(결의-2087) 등으로 이어졌다. 햇수로도 만 20년에 이르고 있으니 이제는 ‘국제안보사(史)의 수학공식’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공식의 상수(常數)는 두 개인데, 어떤 셈법으로도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하나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보유를 권좌 유지의 가장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시대 국제정치의 발전 단계에서는 유엔안보리가 김정은의 핵보유 전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거나 지연시킬 만한 현실적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셈의 결과는 언제나 영원히 반복되는 ‘무리수’(irrational number)다. 두 개의 상수 중 어느 하나가 바뀌지 않으면 결과 도출이 불가능한 공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만이 상수에 필적할 변수(變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 결의안-2094 채택과정에서 중국이 찬성표를 던졌으니, 중국이 성실히 결의안대로만 행동하면 김정은에게 적지 않은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원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한 김정은 정권의 한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중국이 마음을 고쳐먹으면 언제든지 북한 체제전환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중국이 결의안-2094에 적시된 내용에 걸 맞는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까?


중국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아 보인다. 중국의 대북전략은 김정은 정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핵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 방치가 계속될 것이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핵심은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된 북한 사람, 물자, 돈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길목을 지키는 것인데, 중국의 ‘소극적 방치’는 제재의 뒷문을 열어 주는 셈이 된다. 결국 유엔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무려 1,300km를 넘는 국경을 서로 맞대고 있다. 백두산과 압록강의 수풍호(湖 )를 제외하면 최소 900km에 이르는 거리가 실제 걸어서 통과가 가능한 지역들이다. 두만강과 압록강이 양쪽을 가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국경을 통과하는데 환경적 제한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수 십만 명으로 추산되는 탈북자들이 이곳을 거쳐 중국 땅을 밟았고, 추산조차 쉽지 않은 밀수(密輸)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다만 이 국경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정치적 태도는 명확하게 엇갈린다. 사람, 물자, 돈, 모두 마찬가지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을 벗어나는 것도, 북한으로 진입하는 것도, 모두 철저한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 반면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경계를 유지한다. 북한산 마약이나 총기류가 대표적이다. 물론 탈북자도 중국정부가 막고 싶은 존재일 것이다.


북중 국경을 누가 지키고 있느냐를 살펴보면 그 상징성은 더욱 부각된다. 김정은 세습과정에서 북한은 기존에 국경경비를 담당하던 조선인민경비대를 조선인민내무군(軍)으로 승격시켰으며, 국경통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권한을 인민보안부(경찰)에서 체제수호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로 이관시켰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일반주민들이 탈북에 나서거나 밀수를 통해 반체제 정보매체 유입시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반면 중국은 인민해방군 산하의 ‘변방대’라는 국경업무 전담 군부대가 북한과의 국경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변방대는 우리 군(軍)체계에는 없는 임무를 갖고 있는데, 핵심목표는 북한과의 공식 국경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해당지역 자국민들의 치안을 보장하는 것이다. 전력수준으로 볼 때 무장경찰 수준이나, 편제상으로는 정규군이다. 동북지역 북중 국경지역 후방에 주둔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인민해방군은 공개적인 국경업무에는 나서지 않는다. 티벳 등 자국 내 민감한 지역의 국경통제나 치안업무를 인민해방군이 직접 수행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어쨌든 중국 정부의 선택만으로 놓고 볼 때, 자국 서쪽 국경지역에 비해 북한과의 국경에 대해 덜 신경 쓰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현장 상황은 ‘길목을 지키겠다’는 유엔안보리의 결의가 상당부분 공허해 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땅은 김정은의 통제권 아래 있으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반면, 중국의 국경정책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오는 것을 막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으니,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별다른 장애가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이 그토록 경계하는 북한산 필로폰은 동북3성을 대표하는 도매시장 ‘우아이스창'(五愛市長)에서 원료를 수입해서 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북중 국경은 폭 900km짜리 관문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이 오직 안보리 결의안 준수만을 목적으로 이 관문에 추가 행정력이나 군사력을 투입한다는 것이 ‘희망상황’에 불과해지는 이유다.


더구나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적 분위기와 ‘꽌시(關係)문화’에 젖어 있는 현지 지방 관료들이 뉴욕에 파견나간 자국 외교관들의 체면을 고려해 북한과의 사적(私的) 관계를 과감히 단절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예 ‘착각’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북중 국경은 적대적이거나 이질적인 체제를 분리하는 경계선이 아니었다. 197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 30만 명이 넘는 중국인이 이곳을 통과해 북한으로 이주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수십 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이곳을 통과해 중국 땅을 밟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공식무역과 비공식 무역, 합법여행과 불법월경 등이 얽히면서 중국 현지인들과 북한주민들 사이에 독특한 공생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때때로 양국정부가 모두 금하고 있는 불법 커넥션을 맺기도 하고, 한쪽 정부는 반대하지만 다른 쪽 정부는 묵인하는 일들을 서슴없이 벌이기도 한다. 물론 양국 정부가 권장하는 일은 상식이다. 예를 들면 소규모 물물교환, 합법적인 여행 및 경제협력 등이다. 최근에는 지린성(吉林省), 랴오닝성(邀寧省) 지방정부는 베이징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북한을 염두에 둔 지역개발과 대외진출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중국인들의 대북진출을 촉진시키고 있으며 중국 사람과 북한사람간의 개인적 인간관계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킨다.


이런 상황을 뻔히 읽고 있는 김정은의 입장에서 유엔결의안이 규정한 제재를 피하는 방법을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기술이나 부품을 들여오고 싶다면, 항공기나 선박이 아닌 북중 국경을 이용하면 될 일이다. 다음으로, 김정은이 모든 인사권과 자원이용권을 갖고 있으므로, 유엔 제재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인물에게 새로운 국영기업 명함을 주고 대외무역을 지시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북한의 인물이나 법인은 중국내 대방(對方)에게 (뇌물을 주고) 부탁하거나, 혹은 대방을 속여서까지 필요한 물자를 거래한다. 결과적으로 비행기와 선박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욱 저렴하고 안전한 육로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은 김정은 정권의 행동이 국제사회의 상식에 어긋나는 것임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대한민국 및 관련국들의 추가조치가 정당한 것임을 지지한다는 정도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없으면 아쉽지만 있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이러한 외교적 의미만으로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꺽을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유엔안보리 결의안의 의미를 놓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당장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일조할지언정 근본적인 안보의식 확립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외교적 명분을 충분히 얻었으니 만큼, 이제는 우리의 안보능력을 재점검하고 유사시 사태에 대비하는 일에 집중해야한다.


실효성이 별로 높지 않은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두고 김정은 정권이 ‘자해’ 수준까지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기왕에 핵보유 전략을 고수해야 할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핵실험 이후 당연히 직면할 유엔안보리 제재에서 차라리 공방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추가 소득을 얻는데 유리하는 판단을 한 듯하다. 정권 출범이후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내부체제를 결속시키는한편, ‘군사적 리더’로서 이미지를 공고화하는 다중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핵없는 북한’ 보다 ‘김정은 없는 북한’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 이제 대한민국의 마스터플랜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에는 분단체재의 안정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을 건드리는 행동은 권좌 유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를 김정은에게 남겨주는 것이 절실하다. 김정은이 주도하는 첫번째 핵 게임에서 우리는 묵직한 돌직구를 던져야 한다. 제 아비로 부터 “대남 도발은 밑져도 본전”이라는 가르침을 받은 김정은에게 “대남도발은 아무리 잘해봐야 손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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