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안 놓고 한중일 외교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위기국면이 생뚱맞게도 한국과 중국, 일본이 뒤엉킨 외교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주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의 내용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새로운 전선(前線)이 형성되는양상이다.

◇결의안 채택에 올인하는 일본= 자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10일 일본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회담을 갖고 결의안을 조기 채택하되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아소 외상은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각각 전화회담을 가졌다. 리자오싱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아소 외상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동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미.일의 공동보조를 확인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0일 라종일 주일 한국대사와 외무성에서 만나 일본이 대북 제재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데 이해를 요구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신속히 내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이 자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일본의 외교역량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당초 표결이 예정됐던 10일 밤 중국이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회람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자 표결이 연기된데서 보듯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입김을 벗어나기 힘든 국면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까지로 예정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6자회담 의장격)의 북한 방문까지 표결을 미루고 지켜보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 극적인 상황반전이 없을 경우 다시 결의안 채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끝내 결의안 채택이 불발에 그칠 경우 미국을 비롯해 제재결의에 찬성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구속력이 없는 유엔 ’의장성명’ 정도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어 보인다.

아베 관방장관은 10일 국회에서 “유엔결의의 향방과 북한의 대응에 따라 일본 독자 또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함께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개정 외환법에 근거한 무역제재를 발동하거나 제3국을 거친 대북 우회무역의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사일 제조에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부품과 관련기술 등이 북한에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대북 송금중단과 자산동결, 만경봉 이외 북한선박의 입항금지 등도 단계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