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對北제재대상 잠정 확정…효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가 결의 1718호 이행을 위한 대북 제재 대상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1718호 이행조치’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이번 유엔의 잠정 합의와 정부의 스탠스를 비교해 보면 일단 우리 측이 마련 중인 이행조치안에 이렇다할 수정이 가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대 관심사가 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718호 결의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양대 경협사업과 무관하다는 우리 정부의 해석이 적중한 것이다.

특히 유엔이 제재 대상 품목 리스트 작성의 원칙으로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들을 원용했다는 점에서 이미 이들 체제에 가입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이행조치 성안 작업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해석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 핵심 3개 포함, 5개에 이미 가입= 유엔 제재위는 제재 대상 품목을 위한 근거로 핵공급그룹(NSG)과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호주그룹(AG)을 원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1978년 설립된 원자력 비확산체제인 NSG부터 보면 우리 측은 1995년에 가입했다.

정부는 또 1987년 출범한 MTCR에도 2001년부터, 1985년 시작된 화학·생물무기 비확산체제인 AG에도 1985년부터 정식 회원국으로 활동 중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미 이들 3대 체제에 따른 수출통제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눈길은 끄는 것은 1718호에 전차, 장갑차, 전투기, 전함 등 재래식 무기 일부가 이전 및 판매 금지 대상에 들어갔지만 재래식무기 통제체제인 바세나르협약(WA)이 거론되지 않은 점이다.

하지만 거론되더라도 우리는 1996년 WA 체제 설립과 동시에 회원국이 됐고 핵관련 물자를 수출할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조건으로 수출하는 수출통제체제인 쟁거위원회에도 1995년 가입한 만큼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더욱이 국제 수출통제의 대상품목이 아니더라도 WMD 개발이나 생산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출을 통제하는 ‘캐치 올(Catch-all)’ 제도도 2003년부터 수출통제수단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1994년 도입한 것으로 9.11 테러 이후 채택한 국가가 늘고 있는 제도다.

정부 당국자는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관련 5개 국제협약에 가입해 2004년부터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철저한 전략물자 통제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는 만큼 추가 조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 남은 일은 유엔이 구체적인 품목리스트를 제시할 경우 ▲전략물자·기술 수출입 통합공고 ▲반출입 승인대상 물품 및 승인절차에 관한 고시 ▲남북 왕래자의 휴대금지품 및 처리방법 ▲남북 왕래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 등에 이를 반영하기만 하면 된다.

◇ 사치품에 재량권 적용 여부 관심 = 유엔 제재위는 1718호 8조 a항의 이전금지 품목에 포함된 사치품에 대해선 논의를 진행하긴 했지만 각국의 재량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치품이라는 것 자체가 지역이나 국가별로 상대성을 갖고 있는 데다 북한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공통분모를 만들기가 어려운 속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재량에 따라 사치품을 규제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6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대북 반출품목 가운데 사치품은 없다고 분명히 한 점으로 미뤄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차라리 사치품 리스트를 유엔이 만들어 주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1718호는 WMD 관련 북한 인사나 단체를 지정할 경우 이들과의 금융 거래를 사실상 중단토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었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국내에는 북한의 WMD 등과 관련된 자산은 없다”며 “앞으로 제재위에서 개인 및 단체를 지정하면 외환거래 관련 규정을 바꿔 이들과의 남북 교역·투자 관련 대금 결제와 송금을 통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엔 제재위는 1718호 8조 f항에 나온 화물 검색의 경우 각국이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화물검색 등 협력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만큼 별도로 논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내 항구를 출입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관세법에 의거해 세관에서 검색하고 남북간 통관화물에 대해서도 남북교역물품 통관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라 검색할 것인 만큼 결의안 이행에는 충분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남북해운합의서를 근거로 화물검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개성공단·금강산사업은 안전할듯 = 이번 제재위의 잠정합의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이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우리 정부의 판단사항으로 넘어오게 될 전망이다.

제재위의 결정에는 해당 국가의 주권 영역에도 속할 수 있는 개별 사업에 대해 일일이 짚고 넘어가기 어려운 사정도 감안된 것처럼 해석된다.

게다가 이들 사업으로 북측에 지급된 대가가 WMD 개발에 전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 확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정도 있어 보인다.

결국 이미 1718호와 금강산·개성공단 사업은 무관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던 만큼 이들 사업의 지속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정부가 검토했던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관광 및 시설 보조금 중단 문제도 백지화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보조금 총액도 적은데다 이 가운데 북으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는 액수는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1718호 이행조치 외에 우리 판단에 따른 독자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다.

우리 측의 거듭된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따라 대북 여론이 악화된 사정을 간과하기 힘들다는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실효성 있는 쌀 차관과 비료를 지난 7월에 이미 묶어 놓은 만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진 지렛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을 유보한 조치가 계속 유지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제재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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