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 찬성’ 이후 참여정부가 할 일

북한 노동당의 대남 전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8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대북인권결의안 찬성 표결이 6·15공동성명을 정면으로 위배한 처사이며, 이로 인해 생기는 모든 책임은 남측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 동안 북측의 행태로 볼 때 이같은 발언은 엄포를 놓는 것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향후 상당기간 남북 정부간 관계는 조정기간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2004년 베트남 탈북자 집단 입국 사건이 발생하자 북측은 1년 가까이 남북대화를 중단시켰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자 인도적 대북지원기구들을 철수시키는 대민(對民) 자해조치까지 취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남한에 먼저 손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한동안 경색국면이 예상된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또한 인권문제를 6자회담 등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 당국에 ‘인권’ 문제는 협상이나 정치적 고려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다. 인권은 남북간 교류나 경제협력, 또는 미사일•핵무기 같은 사안과 연계될 수 없으며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일치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부터 북한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러한 원칙을 세웠다면 지금과 같은 남남갈등과 북한의 떼쓰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유엔총회 같은 장소뿐 아니라 남북관계에서도 인권문제를 일관되게 제기해야 한다. 북한인권 제기는 동포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참여정부 대북유화정책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대북 인권카드는 절실하다.

김정일 스스로 개혁개방과 인권보장을 추진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위대한 예언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일은 지난 몇 년간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핵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는 최근 주민총화를 통해 ‘핵실험에 성공해 핵 보유국이 되었으니 이제 주변국에서 우리에게 아부하고 물건을 바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드디어 ‘강성대국’이 됐으니 주민들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데도 김정일의 개과천선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다. 이제 ‘포용’의 한계가 드러났고, 북한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할 시점이다.

북한 체제의 변화 주체를 단순화 시키면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김정일이고, 나머지는 김정일을 제외한 통치세력과 북한주민이다. 김정일이 핵에 대한 환상을 품고 국제사회와 대결하는 조건에서, 이제는 북한 주민을 통한 변화를 유력하게 고려해야 한다.

설사 김정일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여전히 집착한다 해도 북한 주민을 통한 체제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인권참상과 핵실험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해서도 김정일에만 천착한다면 스스로 김정일과 운명을 함께하겠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북 인권접근은 북한 주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세기 북한 주민과 21세기 북한 주민은 다르다.

20세기 주민들이 굶어 죽으면서도 ‘수령’ 걱정을 했다면, 21세기 북한 주민은 김정일이 술먹고 계집질 하는 배불뚝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으며 ‘이놈의 세상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집권세력이 그토록 효과적인 국가운영 수단이라고 칭찬하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도 주민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일 뿐이다.

이제 북한을 변화시키는 힘은 주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햇볕세력은 독재지원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와 권리쟁취를 위해 한층 더욱 더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