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회의 `차분하면서도 긴장’

27일 오전 제네바 유엔유럽본부 18호 회의실에서 진행된 ‘북한인권 특별보고’ 회의는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에서 1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회의는 당초 26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으나, 다른 나라들의 인권 관련 특별보고 일정이 순연되면서 늦춰졌다.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회의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일본인 납치, 노약자.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 사법기구의 독립, 국제인권기구의 방북 허용 등을 포함한 ‘인권개선 10개항’을 권고했다.

그의 특별보고가 끝나자 마자 북한 대표는 곧바로 발언을 신청, 특별보고서의 진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최명남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는 “우리 대표단은 먼저 본회의에 넘어온 우리나라 인권 관련 특별보고자의 보고서를 단호히 배격한다”며 “그것들이 인권분야에서 금물인 정치.전략적 목적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참사는 이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대북 인권 문제 제기의 배경을 문제 삼은 뒤, ‘인권’이 강대국들의 정치·전략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일본의 태도에 대해 그는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해 과거청산을 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우리 공화국이 압살되면 이 문제도 저절로 사라질 것으로 헛되이 타산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대국화와 재침 야망 실현을 위해 우리의 ‘위협’이라는 건덕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특별보고에 대해 사이가 후미코 일본 외무성 인권담당대사는 “특별보고관의 보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인권이사회는 북한 당국에게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참사는 1차 답변권을 통해 “납치 문제는 이미 근본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며 “조(북)-일 사이에 미결건이 있다면 그 것은 840만 납치, 100만 대학살, 20만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범죄 청산 문제”라고 맞받았다.

후미코 대사도 1차 답변권을 통해 “우리는 이미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역사를 갖고 현재의 인권 침해를 정당화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북한 최 참사는 2차 답변권을 얻어 “일본은 아직도 과거를 청산하지 않았고, 일본에 의해 납치된 840만명 중 수십만명의 운명과 행처가 아직도 불명이며,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계속 미화분식하기 때문에 역사문제는 계속 말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일본은 납치문제를 갖고 불순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추구하며 과거범죄를 은폐하려는 잔꾀를 걷어 치우라”고 주장했다.

후미코 대사도 2차 답변권을 얻어 “일-북간의 미결건은 2002년 일-북 정상의 공동선언에 따라 앞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한 뒤 “다시 한번 북한은 역사 문제를 갖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고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타폰 보고관의 특별보고가 끝난 뒤, 서방진영에서는 미국·일본·EU·호주·뉴질랜드 등이 발언을 통해 특별보고 내용을 지지하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한 반면, “이중 잣대”와 “미국 주도하의 음모” 등을 거론한 쿠바와 함께 중국, 인도네시아, 짐바브웨 등이 특별보고 내용의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특정한 나라를 ‘지목’해서 ‘모욕’을 주는 것은 자제해야 하며, 정치적 동기를 가진 이야기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문타폰 보고관의 보고 내용을 일부 비판했다.

이날 북한 인권 특별보고 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표인 최 혁(崔 革) 주제네바 대사는 문타폰 보고관의 보고 내용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남북한의 특수상황을 염두에 둔 듯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북한의 인권에 대한 점점 높아지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에 주목하고 진지한 자세로 인권 개선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제네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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