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결의안에 ‘해외노동자’ 문제 최초 명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인권 유린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지도층 주도의 인권 탄압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제71차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이 27일(현지시간)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총회 3위원회에 상정됐다.

결의안은 현재 유엔 전체 회원국에 회람됐으며, 현지시간으로 28일~30일경에는 공동제안국 신청 절차가 진행된다. 공동제안국 신청이 마무리되면 이달 31일 혹은 11월 1일경 결의안 정식 상정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5일 전후로는 유엔총회 3위원회 주도로 유엔 전체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결의안 최종 채택이 이뤄지는 유엔총회 본회의 표결은 12월 중에 진행된다. 유엔총회가 2005년 이후 12년째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흐름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 ‘北해외노동자·WMD 개발 우려’ 조항 최초 명시…北지도층 책임 지적도 명확해져

올해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는 기존 결의안에서는 포함돼 있지 않았던 내용들까지 다룰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우선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을 ‘심각히’ 우려한다는 내용이 결의안 조항에 포함됐다. 이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채택된 결의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던 것으로, 올해 초부터 국제사회서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가 특히 부각됐던 게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조항에는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노동자의 권리 위반뿐만 아니라, 강제노동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에서 근로하는 북한 해외노동자 착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명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주민들의 인권 개선은 아랑곳 않고 WMD 개발에만 주력한다’던 국제사회의 지적도 이번 결의안에 조항으로 명기된다. 결의안에는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재원을 전용한 것이 주민들의 인도적·인권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지도층, 특히 김정은의 책임을 묻는 조항도 보다 명확해졌다. 조항 중에는 “COI(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지도층(leadership)에게 반(反)인도범죄를 막고 가해자 기소 및 사법 처리 보장을 촉구했음을 상기한다” “수십 년간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그리고 지도층(leadership)의 효과적 통제 아래 기관에 의해 북한 내 반인도범죄가 자행됐다는 충분한 근거를 COI가 제공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COI 보고서가 나온 이래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도 동(同) 보고서를 언급해왔지만, 새로운 조항을 삽입해 ‘지도층(leadership)’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대북 인권제재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 반인도범죄 책임 추궁에 박차를 가하자, 같은 맥락에서 결의안 명시 내용도 보다 선명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 ‘남북대화 필요’ 조항 삭제…김정은 ‘핵폭주’ 상황 고려한 듯

국제사회의 초강경 대북 압박에도 불구, 북한이 올해에만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조항들도 보다 현실적인 주문을 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대표적으로 지난해까지 남북대화(inter-Korean dialogue)의 중요성을 언급하던 조항이 삭제됐다. 지난해 결의안에는 남북대화가 북한인권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됐으나, 올해 결의안에는 ‘남북(inter-Korean)’이라는 명시 없이 “북한 내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에 주목한다”는 내용만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남북대화의 당사자인 우리 측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김정은이 계속 저렇게(핵실험 지속 등) 나오는데 대화가 가능한가, 현실적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유엔총회가 안보리에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과, 반인도범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를 겨냥해 제재를 발전시킬 것을 권장하는 내용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 수위가 높아지면서, 올해 결의안 채택 과정서 북한이 이전만큼 강한 반발 목소리를 내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27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열린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대화 회의’에 참석했던 북한 대표부는 미얀마 인권 상황 지적에 이어 북한인권에 대한 토의가 시작되자 급히 자리를 빠져 나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막아보려 했다면 퀸타나 특별보고관과의 회의에서도 그렇게 자리를 떠 버리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 북한이 결의안 채택 과정에 있어 나설 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2014년 쿠바가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북한을 비호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올해는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달 제17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게 쿠바인데, 지난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때 보니 쿠바가 더 이상 앞장서서 북한을 비호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때 쿠바가 북한 비호에 나서지 않았듯, 올해에도 굳이 총대를 메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자는 이어 “통상 결의안 수위에 따라 기존 결의에 찬성했던 나라가 줄어들 수도 있고, 기권해온 나라가 아예 불참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정부는 결의안 공동제안국들과 함께 오는 표결일까지 (국제사회 공조에) 최선을 다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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