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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사태와 관련 일본 주도로 유엔 안보리에 제출된 대북제재 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이 결의안 채택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 설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만이 우방들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반대의 이유로 우선 결의안 작성에 근거가 된 유엔헌장 7장이 군사적 조치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외교통상부 이규형 제2차관이 10일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 대사에게 대북제재 결의안 반대 의사를 밝힌데 이어,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사일 발사의 성격에 대해 “정도를 넘어선 도발적 측면도 있지만 정치적 배경도 있다”며 안보리 제재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결의안은 군사적 조치가 포함될 수 있는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7장은 무력침공을 한 이라크와 국제테러를 한 리비아 등에만 적용돼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엔대사를 지낸 박근 한미우호협회 회장은 “유엔헌장 7장은 평화위협이나 국제분쟁에 적용되며 북한의 미사일도 분명히 7장이 규정한 위협에 포함된다”며 “우리 정부가 7장의 적용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주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전쟁의 위협 때문에 결의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미사일ㆍ핵 문제를 초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단결해서 북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결의안’ 적용 후, 살아남은 정권 한 곳도 없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신화 교수는 “이 문제는 유엔헌장 7장에 부합하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문서 해석의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북미대화를 전제로 해서만 미사일 유예선언이 지켜질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북한이) 미사일 유예 선언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북제재결의안은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정부는 ‘우리민족끼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감상적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결의안 추진을 반대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나서서 북한을 지나치게 변명해주는 듯한 하는 발언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사는 또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북한 체제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재의 첫 단계는 외교적 해법이지만, 이를 통해서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은 그야말로 고립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북한은 상식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역기능 국가이기 때문에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경계하는 중국, 러시아와 남북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도 북한의 충격을 완화시켜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헌장 제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 행위에 관한 조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7장의 41조는 안보리가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비군사적 조치들을 명시해 놨다. 경제관계 및 철도, 항해, 항공, 무선통신 및 다른 교통통신 수단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단과 외교관계의 단절도 포함된다.
41조에 규정된 조치가 불충분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해 공군, 해군 또한 육군에 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편,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7장을 근거로 제재를 가한 나라는 모두 6개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유고연방, 아이티, 이라크 등 제제를 받고 무사했던 정권은 단 한 곳도 없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