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윤호진 남천강무역회사 책임자 등 5명과 ‘조선 원자력 총국’ 등 5곳의 기업 및 단체를 제재 리스트에 포함하는 조치를 취해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거래차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주목된다.
제재위의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단천상업은행, 조선령봉종합회사 등 3곳을 제재 기업으로 선정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또한 제재위가 이번에 지정한 개인, 기업 및 단체의 제재와 더불어 제재 조치를 받는 기업 및 단체의 대리인 또는 하수인에 대해 추가 제재 작업을 착수키로 해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제제위는 미사일 제조 등에 사용되는 EDM(방전가공) 사용 탄소화합물과 아라미드 섬유 필라멘트 등 2개 물자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정했고, 대량살상무기(WMD)와 더불어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dual-use)’ 물자 등에 대해서도 향후 추가 지정 방안도 협의키로 해 대북제재가 일회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때문에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따라 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 1718호를 채택하면서 제재위를 설립했지만, 지난 3년간 북한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활동이 크게 배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안보리의 제재 조치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박의 한 단면에 불가하지만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강력한 대북압박을 위해선 중국의 제재 동참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국제사회의 참여가 성공여부의 관건으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이뤄질 경우, 북한에 가해질 압박은 상당할 것”이라며 “북한에 어려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조치는 북한의 대응에 따라 서서히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위해선 중국의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안보리의 조치가 상징적일 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이미 대응책을 마련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당초 미국, 일본 등 서방진영은 주규창 국방위원회 국방위원 겸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이명하 영변물리대학장 등 거물급 인사가 포함된 15명을 제시됐지만, 중국의 반대에 부딪쳐 최종적으로는 5명에 그쳤다는 점과 제재 인사들이 여행금지 및 해외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지만, 이들이 개인 명의의 자산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영향력은 거의 없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다.
또, 북한 기업 및 기관에 대한 제재 조치로 유엔 회원국은 이들 기업 및 기관과 금융거래를 중단해 타격이 될 수 있지만, 북한산 무기를 구매하는 이란, 시리아, 미얀마 등에게는 큰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박덕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제재위의 조치 발표 후 “안보리의 결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밝혔기 때문에 결의에 따른 어떤 제재를 하는 것도 인정하지도 않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면서 “제재를 한다 해도 끄덕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그동안 북한이 큰 간섭 없이 진행해왔던 핵·미사일 개발을 분명히 힘들어지게 하는 것이지만 그 수준은 불편을 끼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대표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북한은) 제재를 피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유엔 제제위의 이번 조치가 북한의 불법거래를 멈추게 해야 하지만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이미 북한은 (제재위 조치에 대한)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제재 조치를 받은 기업을 폐쇄하고 다시 기업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과 더불어 중국으로의 진출 등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대북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북한의 군사적 긴장조성 등이 맞물려 장기간 대결태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이날 추가제재를 시사, 대북 압박을 계속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국무부는 이날 제재위의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안보리 제재위가 추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하는데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안보연구실장은 “이번 제재위의 조치는 안보리 1874호에 따라 최근 강남1호 추적 작업과 대북금융제재를 위해 미 금융제재팀이 중국, 말레이시아 등을 방문하는 점 등을 볼 때 총체적 대북제재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이 추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일단 ‘백기투항’을 하면서 협상장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통해 군사적 긴장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