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제재위, 대북제재 관련 개인·기업 계좌 수집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1718 위원회'(대북 제재위)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계좌 및 관련 개인과 기업의 명단을 수집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최종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대북 추가 금융제재와 관련한 미국의 새로운 행정명령이 발표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향후 국제사회가 이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자료 ‘유엔제재 1874 관련 전문가 패널 보고서(Report to the Security Council from the Panel of Experts established Pursuant to Resolution 1874)에 따르면 제재위는 북한 외화벌이 기관들의 해외계좌를 비롯해 재래식 무기·사치품 거래와 불법행위에 연루 가능성이 높은 개인과 기업의 명단 등 북한의 유엔제재 위반 가능성을 광범위하게 적발했다. 이 목록은 그동안 EU, 미국, 일본, 호주 등의 유엔 회원 국가들이 제출한 보고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우선 유엔제재 위반 가능성이 높은 북한 인사 17명을 집중 거명했다.  


우선 김정일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동운 노동당 39호 실장, 전병호 노동당 군수비서, 전치부 전 영변기술부장, 주규창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현철해 국방위원회 국장, 김동명 단천상업은행장, 백세봉 국방위원회 위원,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 변영립 전 국가과학원장, 렴영 원자력총국 국장, 서상국 김일성 종합대학 핵물리학과장, 야코프 스타이거 코하스 AG 회장, 조선광업개발무역에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해온 차이 알렉스 부부 등 총 개인 17명이다.


북한은 이미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2006년 10월), 1874호(2009년 6월)에 의해 윤호진 남천강무역회사 간부, 이제선 원자력총국장, 황석화 원자력총국 국장, 이홍섭 전 영변원자력연구소장, 한유로 조선용봉총회사 간부 등 5명이 제재대상으로 지정됐다.


보고서가 이번에 지목한 17명 중 장성택, 오글렬, 김영춘, 전병호, 주규창, 백세봉, 현철해, 박재경, 김동운, 서상국, 변영립 등 13명은 지난 1월 유럽연합의 해외여행 제한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보고서는 또 19개의 기업이 유엔제재 위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김정일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조선광선은행을 비롯해 압록강개발은행, 글로벌인터페이스(주), 해성무역회사, 조선복합설비수입회사, 코하스AG, 조선국제화공합영회사, 조선광성무역회사, 조선부강무역회사, 조선부강광산기계회사, 조선영광무역회사, 조선연화기계합영회사, 조선동해조선회사, 평화병원, 평양정보학센터, 소백구연합회사, 토성기술무역회사, 트랜스메리츠주식회사, 영변핵연구소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유엔 대북결의안(1718호/1874호)에 의해 이미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8개의 법인회사와 깊이 연루되어 있다.


특히 보고서가 지목한 19개 기업 중 13개의 기업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단천상업은행, 조선용봉총회사 등과 직간적접으로 연루되어 있다.


압록강개발은행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의 모(母)회사이며, 단천상업은행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글로벌인터페이스(주)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에 상품 및 재정을 지원하는 차이 알렉스라는 인물이 관여하고 있다.


또 해성무역회사와 토성기술무역회사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의 자(子)회사이며, 조선복합설비수입회사·조선광성무역회사·조선부강무역회사 등은 조선용봉총회사의 자회사다. 코하스AG는 조선용봉총회사와 연루되어 있다. 이외에 소백구연합회사는 미사일 제작에 사용되는 흑연광물을 취급하며, 영변핵연구소는 군수용 플루토늄 생산에 관여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무기 수출입을 위해 매우 정교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왔고 특히 국방위원회, 노동당, 북한군이 (무기 수출입에) 가장 활발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위원회 산하 제2경제위원회가 핵무기·미사일·기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수출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노동당 군수공업부는 영변 핵시설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다루고, 제2과학원은 무기 개발 연구와 미사일부품·기술 수출을, 북한군 정찰총국은 재래식 무기 제조와 판매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 은행들이 해외에 14개국 18개의 은행에 총 39개의 계좌를 개설해 놓고 있으며, 이중 17개의 계좌가 중국계 은행에 개설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국계 은행으로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HSBC 은행 등이 지목됐으며, 이중 마카오 소재 중국은행에 북한 계좌가 가장 많고 베이징과 단동 지점에도 일부의 북한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이외에 러시아·스위스·덴마크·헝가리·폴란드·이탈리아·독일·벨라루스 등 범유럽권 8개국 11개 은행에 18개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에도 각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은행별 해외 계좌수는 조선연합개발은행 21개로 가장 많았고, 조선광성은행(9개), 동북아시아은행(4개), 고려상업은행(3개), 압록강개발은행(2개) 순이었다.


보고서에서는 “북한은 유령회사, 해외 지사, 비공식 거래, 현금 거래, 물물교환 등의 방식으로 금융제재를 피해왔다”면서도 “상당수의 경우, 북한은 공식 국제금융체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불법거래라는 사실을 숨기며 국제 금융시스템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은행들은 정치, 군사 기관의 산하 기관으로 제한적인 해외 거래를 한다”면서 “(최근에는)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단천상업은행, 조선광산개발무역회사(KOMID), 조선혁신 무역회사, 조선용봉종합회사 등을 대신해 조선광선은행을 내세워 거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광선은행의 경우  미얀마와 조선광산개발무역회사 사이의 거래를 맡고 있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가이드 라인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행정명령을 발표 예정인 미국은 제재위 보고서에서 지목한 북한의 개인, 기업, 계좌들에 대한  정밀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를 받고 있는 입장이니 만큼 “맞춤형 제재”를 다짐하고 있는 미국이 제재위가 제시한 블랙리스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4일 “현재 북한이 유엔의 큰 제재(1718·1874호)를 받고 있고, 13382 행정명령이 발동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의 행정명령은 비슷한 조치 내용의 제재가 가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행정명령이 최소한 1718·1874호와 13382행정명령을 포괄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의 향후 대응 조치도 관심거리다. 대북소식통들에 의하면, 북한의 해외 불법 외화벌이는 모두 김정일에 대한 충성계층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금융제재의 강도에 따라 북한이 체감하는 통증은 크게 증폭될 수도 있다. 특히 기존의 1718·1874호와 13382행정명령이 주로 북한의 WMD활동과 관련된 인물들을 지목했던 이유로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제재위가 지난 2009년 8개의 법인과 5명의 개인을 대북제재 명단에 포함시켰을 당시, 북한 백산연합기업은 ‘창광신용기업'(정찰총국 산하)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까지 북한의 무기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행정명령에서 재래식 무기 판매를 비롯한 위폐·마약 등 포괄적인 불법활동 관여세력을 모두 제재대상으로 지목할 경우, 북한이 감당해야할 압박정도가 만만치 않게 된다.
 
이 보고서는 유엔이 위촉한 전문가 6인의 패널들이 작성한 것으로 안보리 결의 1874호(2009년) 이행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6인의 전문가 패널은 송영완 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을 비롯해 데이비드 버치(영국), 아사다 마사히코 (일본), 빅터 콤라스 (미국), 에릭 마졸프 (프랑스), 슈에 샤오동 (중국) 등이다.


보고서는 “과거 제재위가 8개의 법인과 5명의 개인에 대한 제재를 명시한 바 있나, 이 숫자는 실질적으로 대북제재를 이행하는데 매우 불충분하다”면서 “각 회원국은 불법행위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나 법인에 대한 정보를 제재위에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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