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 승인을 환영한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카타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이 오는 3일부터 8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장애인 인권 실태를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북한 당국이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환영할 일입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인민이 중심이 된 사회주의 제도에서 인권유린이란 존재할 수 없다’면서 유엔인권보고관의 북한 방문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유엔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의 북한 방문은 왜 허용한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최근 정세와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인 의제로 떠오르면서, 유엔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자 처벌을 준비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인권 문제가 없다고 부인만 하고 있기에는 국제사회의 대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은 두 가지 전략, 즉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민감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강하게 부인하고, 대신 장애인이나 여성,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인권에 대해선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의 비판을 희석해 보겠다는 얄팍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당사국으로서 14년 만에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는 한편 아동권리협약 이행 보고서도 9년여 만에 제출했습니다. 또 11월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장애인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유엔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북한 당국이 유엔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승인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첫걸음을 뗀만큼 조만간 유엔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장애인들에 대한 김정은의 사랑을 운운하거나, 사회주의 제도에서 부럼 없이 살고 있다는 식의 선전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아길라 보고관이 말했듯이 “이번 방문이 북한의 장애인 관련 현실과 법, 정책, 프로그램과 함께, 2016년 북한이 비준한 장애인협약을 이행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직접 확인할 중요한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