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전시조직 구성’ 주장 배경.전망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18일 유엔군사령부가 전시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발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벨 사령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 초청 연설에서 “유엔사의 구조와 역할, 임무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유엔사가 전시와 같은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벨 사령관이 그동안 유엔사의 역할과 임무 강화 필요성을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유엔사 장기 플랜’을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벨 사령관의 발언은 ▲유엔사를 전시조직으로 정비하고 ▲유사시 병력 및 물자지원 임무를 계속 수행하며 ▲한반도에 전개되는 유엔회원국 병력에 대한 작전권을 유엔군사령관이 계속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사령부가 병력과 물자 보급 등에 대한 작전권을 가지고 한국군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엔사 관계자는 “유엔사는 유사시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아니다”면서 “유사시 전개되는 유엔 회원국의 병력과 물자를 어떻게 효울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방안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벨 사령관이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은 유엔사의 부조화를 야기할 뿐 아니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시에는 비무장지대(DMZ) 및 다른 지역에 배치된 한국군 전투부대에 대한 즉시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은 유사시 지원체계 상시 가동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사는 앞으로 한국군의 전술통제 아래 지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벨 사령관의 언급도 유사시 한국군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평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사 전시조직 정비 필요성을 강조한 벨 사령관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연합사 해체 이후 줄어드는 주한미군의 임무와 역할을 유엔사가 대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작권 전환과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임무가 동북아분쟁에 대한 신속억제 기동군으로 자리를 잡는 대신 유엔사가 한반도 전쟁억지력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미군 수뇌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는 “유엔사가 주한미군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적합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벨 사령관의 발언이 잘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감위의 부활 등을 꾀하고 있는 것은 연합사 해체에 따른 보완기능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KIDA의 다른 전문가는 “유엔사를 계속 유지하는 차원에서 기능을 확대하려는 의도이거나 동북아에서 새로운 사령부를 설립하려는 장기 포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 해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전시조직 정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특정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전작권 전환 시기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 행정부의 시각과 달리 벨 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잇단 수위 높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군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벨 사령관이 ‘군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군 내부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한 북측이 1995년 중립국 감독위원회 대표단을 강제 철수시킨 뒤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중감위 및 정전위 역할을 벨 사령관이 강조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벨 사령관은 “중감위와 정전위는 한반도 평화 유지에 중요한 요소”라면서 “새로운 한미지휘구조가 발전함에 따라 중감위 및 정전위의 역할에 대한 토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9일 내외신 기자회견 때 언급한 대목의 연장선에 있어 보인다.

벨 사령관은 당시 “평화협정 체결 후에는 중감위에 대한 다른 접근 방법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면서 “예산도 지원돼 기능을 발휘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중감위는 기능을 발휘해야 하고 평화협정 체결 뒤에도 약간 변형된 형태의 중립감독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벨 사령관은 유엔사의 역할과 임무 강화 방안에 대한 한미간 협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해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입장차’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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