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전시작전권 문제 美의도 뭔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한 주한 유엔군사령부의 위상과 전시작전권의 한국군 단독행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중이 드러나기 시작해 주목된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 국방예산 심의 청문회에 나와 “유엔군사령부를 항구적인 다국적연합군(coalition)기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벨 사령관은 이어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단독행사에 관한 한미간의 협의 방향은 “한국이 자국군의 전투를 독자적으로 지휘하고 미군은 공.해군 중심으로 이를 지원하는 역할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의 향후 위상과 전시작전권 협의 방향이 미군 고위관계자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군 당국도 발언 배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유엔사의 다국적연합군 개편 = 리언 러포트 전 연합사령관이 지난 해 3월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할 것임을 천명하는 등 미군 관계자들은 최근 유엔사의 변화 필요성을 자주 언급해왔다.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유엔사의 위상이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군사정전위원회와 비무장지대(DMZ) 등을 담고 있는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주체가 유엔사이지만 만약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가 되면 유엔사 기능을 대신한 새로운 기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엔사를 다국적연합군기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벨 사령관의 발언도 유엔사를 대체한 새로운 기구 설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벨 사령관이 한국전쟁 참전국들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다국적연합군기구에 한국전쟁 참전 16개국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벨 사령관의 발언은 참전 16개국이 인원 뿐 아니라 재정도 공평하게 분담해 다국적연합군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전협정의 서명 주체인 중국과 북한이 유엔사를 다국적연합군기구로 개편하는데 동의할 지 여부가 중요한 걸림돌로 꼽힌다.

북한은 지난 해 러포트 전 사령관의 청문회 발언을 겨냥해 “핵문제를 유엔으로 끌고 간 뒤 유사시 유엔의 간판을 이용해 다국적군이 개입할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해 제2의 조선전쟁침략을 기도하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연구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다국적연합군기구 개편 얘기를 꺼낸 것은 새로운 한반도 군사관리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연구기관 관계자는 “한국정부의 구상대로 유엔사의 지위를 바꾸려면 참전 16개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자칫 한국이 16개국으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정전협정체제를 변경하려면 국제적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이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전시작전권 개정 향방 = 벨 사령관은 “한국이 자국군의 전투를 독자적으로 지휘하고 미군은 해.공군 중심으로 지원하는 역할로 바꾸는 것”이 전시작전권 개정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전.평시에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이 단독행사하는 쪽으로 협의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과 연합작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현재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신한 연합작전 협의.수행기구를 창설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에서 한국군과 미군의 작전부대는 양국의 합참의장이 각각 지휘하지만 유사시를 대비해 합참과 주한미군사령부가 연합작전 업무를 상시 협의, 조정해 나가는 기구를 창설하는 방안이 한미간 공동으로 연구되고 있다.

또 한국군의 지상작전 역할을 확대하려고 북한군 장사정포 무력화를 위한 대화력전수행 등 7개 임무를 한국군으로 이양하고 3개 임무를 넘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등 주한미군은 지상작전 임무를 줄일 계획이다.

주한미군의 지상 병력과 장비를 축소하는 대신 해.공군 위주의 110억 달러의 첨단전력을 대폭 보강하고 있는 것도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뿐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동북아 분쟁 개입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 방위분담금 증대 = ’한국군의 한반도방위화’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한반도에서 미군의 지상작전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군의 역할이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낮추려는 것은 ’한국군의 한반도방위화’ 의지에 모순된다는 것이 미측의 논리라고 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벨 사령관은 “균형잡힌 방위비 분담이 동맹의 힘에 근본적인 요소”라며 “양국의 동맹 파트너십의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고 주한미군을 합당하게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지난 해와 올해분 한국의 분담액이 2004년에 비해 준 것은 주한미군이 중요한 전투태세 문제에 관한 어려운 결정을 하도록 요구하는 셈”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총액인상 방식으로 진행해온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올해부터는 연합방위력증강사업(CDIP)과 군수지원 등 중요한 임무 별로 쪼개 해당 임무별로 분담금을 조정하는 식으로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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