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결의안 일본판·중러판 절충가능할까

북한 미사일 발사 파문과 관련, 중국이 12일 러시아와 손잡고 별도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람시킴에 따라 중국판 결의안과 유엔 헌장 제7장을 원용한 일본판 결의안이 세(勢) 대결을 벌이게 됐다.

◇결의안 내용 어떻게 다른가 = 중·러 결의안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북한 당국에 대해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다시 선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유엔 회원국에 대해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부품과 물질, 상품, 기술의 공급을 막도록 유의할 것을 촉구하고 모든 회원국들에게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나 미사일 관련 물질, 기술 등을 구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거나 하지말라는 내용 자체는 일본판 결의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어떤 행동을 하도록 ‘촉구’(call on)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결의안에 등장하는 ‘결정’한다(decide)는 부분과 큰 차이가 있다.

유엔 회원국들에게 특정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을 의무를 부여하는 ‘결정’이 강제적인 것이라면 ‘촉구’는 사실상 권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판 결의안 처럼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한 가운데 어떤 사항을 ‘결정’한다고 할 경우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그 사항을 준수할 의무가 부여되는 점을 감안하면 두 결의안이 갖는 ‘파괴력’ 차이는 매우 크다.

다만 중러판 결의안과 같은 촉구성 결의안이라 할지라도 채택될 경우 안보리의 총의(總意)가 담긴 문건이 되는 만큼 정치적 압박수단으로서의 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중·러판 결의안은 일본판 결의안에 명시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을 결정할 것 ▲유엔 헌장 7조에 규정된 행동을 승인할 것 ▲북한의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강제적 제재발동 등 내용은 빠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엔헌장 제7장을 원용하지 않은 것이 중국 판 결의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유엔헌장 제7장이 원용된 일본판 결의안이 채택되면 중장기적으로 추가 결의안 채택을 거쳐 대북 군사행동으로 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반대의견을 개진해왔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기에 직접적인 찬반의사를 개진할 입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중·러판 결의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일본판 결의안이 유엔 헌장 제7장을 원용한 점을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혀 왔지만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향후 절차 어떻게 되나 = 현재 일본이 제출한 결의안이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중러판 결의안이 회람됨에 따라 향후 절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한 가지 사안을 두고 복수의 결의안이 제출되는 상황은 유엔 안보리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두개의 안에 대해 각각 별도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중러판 결의안 내용이 부족하다면서 일본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조속히 실시해야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과거 안보리 결의안 도출 사례로 미뤄볼때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들이 서로 다른 2개 결의안을 두고 의견이 갈릴 경우 타협해서 절충안을 만든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게 외교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각각의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하고 의견대립을 보이는 상임이사국들이 자기 소신대로 투표할 경우 두 결의안 중 하나도 채택될 수 없기 때문에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두 개 결의안에 대해 제각각 표결을 해서 결의안이 하나도 채택되지 못할 경우 모두가 손해기 때문에 절충안을 만들어 자기 주장의 50%는 관철하려 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

특히나 냉전 이후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유엔 내부 분열을 야기한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는 거부권 행사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복수의 결의안이 올라올 경우 타협을 시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이번 경우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미국·프랑스·영국 등 3개국이 일본의 결의안을 지지하고 러시아·중국이 별도의 결의안을 낸 상태이기 때문에 각자 입장대로 표결할 경우 두 결의안 중 하나도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입장에서도 자국이 중국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들어낸 결의안에 중국이 끝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 중국 또한 안보리 및 국제사회에서의 입지에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이 머리를 맞대고 절충안을 찾으려 시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현재 중·러측은 최소한 15일 개막되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절충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그 이후까지 대북 결의안 문제를 끌고 가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한 반면 일본은 14일까지는 결의안 표결을 관철시키겠다는 태세인 것으로 전해져 향후 1~2일이 대북 결의안 향배에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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