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세태를 풍자하는 신조어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신조어는 북한의 변화된 현실을 함축하고 날카로운 풍자성까지 담고 있어 최근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여성들이 장사를 통해 생계를 책임지면서 남편들의 지위 하락을 상징하는 풍자어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26일 “요새 남편들이 직장에 나가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집안 생계도 기여하지 못해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남편은 ‘불편’이라는 말을 하고, 별로 쓸모가 없다는 의미로 ‘낮 전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남편을 탄재(타고 남은 석탄재), 가을파리(맥을 추지 못하는 파리), 멍멍이(아내가 돌아오면 마중 나오는 존재)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
소식통은 “북한에서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외화에 대한 선호 현상이 늘고 있는데 이를 빗대어 미국 달러화는 ‘신랑’ 중국 위안화는 ‘신부’ 북한 화폐는 ‘들러리’라고 부른다”라고도 했다.
화폐개혁 이후 빚을 갚지 못해 도주하거나 각종 사기 행각이 늘면서 이를 경계하는 말들도 생겨나고 있다. 식당 등에서 돈을 다음에 지급하기로 하는 외상은 ‘무상’, 후불은 ‘행불’, 꾼 돈은 ‘번돈’, 빌려준 돈을 받아낸 사람은 ‘전투영웅’이라는 풍자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푸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인정은 ‘함정’, 돈을 빌려주는 배짱은 ‘끝장’이라고 빗대어 부르고 있다.
소식통은 “요새 돈 있는 사람이나 간부 중에는 기혼임에도 여자를 사귀고 살림을 차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기혼남과 살림을 차림 여자들을 부르는 말이 있는데 잠깐 사귀는 여자는 ‘임시정부’ 일정기간 사귀는 여자는 ‘인민정부’ 장기간 동거를 하는 여자는 ‘혁명정부’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혼 후에 본가로 돌아와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들 늘면서 시집살이는 ‘눈물’이지만 본가살이는 ‘피눈물’이라는 말도 생겼다고 한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러한 풍자성 말들은 북한의 변화를 단적으로 함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말들은 북한 주민들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