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탈북자 청문회서 `설전’ 눈길

브뤼셀 의사당에서 23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유럽의회의 탈북자 청문회에선 북한인권 개선방안을 놓고 설전이 오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마침 청문회 일정이 전날 열린 제3차 북한인권대회와 거의 비슷한데다 참석한 유럽의회 의원도 5명 안팎에 그치는 등 다소 열기가 식어있는 가운데 터져나온, 그것도 외국의 주제발표자와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간 오간 입씨름이어서 눈길을 끌만했다.

논쟁의 핵심도 경제개혁 지원론과 국제사회 압박론으로 국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대로 옮긴듯 했다.

차분하게 진행되던 청문회에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은 동독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동아시아 정치경제학과 교수인 루디거 프랑크 박사.

한국 고려대와 북한 김일성대에서 수학한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그는 주제발표문만 읽은 다른 발표자와는 달리 북한 평양과 개성의 최근 사진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으로 먼저 관심을 끌었다.

그는 “북한에는 수용소만 있는 게 아니다”며 “일반인들이 결혼하고 전화도 하고, 대동강변에서 놀이도 즐기고, 심지어 할인판매도 있다”고 북한 내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비디오를 통해 평양시내에 등장한 광고판, 할인판매 선전, 레스토랑, 양복점, 개성공단 현대아산 현대식 공장 등을 보여준 후 “이상적 자본주의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북한에 서구방식을 따르는 많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경제개혁을 지원하는 것이 인권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며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공통 이슈로 부각시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문회 주도 인사들의 ‘압박론’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색적 주장을 펼친 셈이다.

즉각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질의를 통해 “북한은 자본주의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면서 “남한의 지원이 증가할수록 북한의 군사력만 증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특히 “(프랑크 교수의 발표는) 북한의 진정한 현실이 아니며, 북한이 개방경제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지 않은 발표라고 생각한다”고 발표내용을 문제삼았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와 탈북자 단체 인사들도 “평양의 변화가 인권에 어떤 식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나”, “탈북자들이 제기하는 것은 평양시 주민들의 인권이 아닌 굶어 죽어가는 농어촌 주민들과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을 말하는 것이다”고 가세했다.

프랑크 교수는 “돈이 곧 자본주의고 돈이 중요해지면 자본주의가 (북한에)들어가는 것이고 북한에 그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면서 “압박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시장개혁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장기적이고 종합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해명하는 것으로 논쟁을 마무리했다.

앞서 체코주재 북한 신발합작회사 지배인을 지낸 탈북자 김태산씨가 체코 공장 북한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증언한데 대해 영국출신의 헬머 의원은 “체코 공장 주소를 알려달라. 우리가 찾아가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산씨는 “체코에 가도 만나볼 수도 없고 만나봐야 노동자의 본국 송환 등 아무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답했고, 추후 기자들이 다시 주소를 묻자 “빠르드비체, 스쿠레츠, 홀리체 등 도시 이름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브뤼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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