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北관광객을 보고싶다

(동아일보 2006-07-11)
관광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51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다. 전 세계에서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9%에 이른다.

매년 프랑스를 찾는 여행객은 7500만 명으로 프랑스 인구 6000만 명보다 많다. 관광산업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한다.

이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프랑스는 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 끊임없는 연구와 조사를 통해 여행객과 업계의 달라진 경향이 몇 가지 포착됐다.

첫째는 사람들이 1년에 단 한번 휴가를 가는 게 아니라 3번, 4번으로 나눠 떠난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또 다른 변화는 인구의 노령화와 관계가 있다. 유럽은 5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한다. 여행 업계의 핵심 타깃이 된 이들이 원하는 여행은 전통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명소를 찾아 단체로 몰려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한곳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나만의’ 휴가를 원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유럽에선 단체관광 대신 개인별 맞춤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는 중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중국이 2004년 자국민의 해외여행 자유화를 허용한 관광협정을 유럽연합(EU)과 맺자 유럽의 여행업계는 크게 술렁거렸다. 유럽과 중국의 항공사들은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늘렸고 여행사들은 중국인의 구미에 맞는 여행상품을 발 빠르게 내놓았다.

지금 유럽을 찾는 중국 여행객들의 행태는 전통적인 단체관광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10일 안팎의 기간에 파리, 빈, 로마, 암스테르담 등 유럽의 주요 도시를 주파한다.

프랑스에선 대개 이틀 정도 머문다.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유 궁전은 필수 코스다. 하루 정도 더 있다면 쇼핑을 하고, 센 강의 유람선을 타거나 물랭루주쇼를 구경한다. 조금 더 나아간 이들은 프랑스 남부 해안이나 중부의 고성(古城) 지대를 둘러보는 여유를 누리기도 한다.

이런 여행은 항상 단체로 이뤄진다. 중국에선 사업가나 장기 유학생이 아니고선 개인적으로 비자를 받는 게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국은 유럽에 단체관광 붐을 다시 일으킨 주역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급 맞춤 여행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백만장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쓰는 돈은 한도가 없다. 그들은 원하는 시간 동안 원하는 곳에 머물며 원하는 만큼 물건을 산다. 이들은 더욱 놓칠 수 없는 고객인 셈이다.

따라서 유럽 여행업계는 단체 관광객과 개인 여행객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중국 덕분에 전통적인 스타일과 최신 경향이 한동안 공존할 전망이다. 지난해 프랑스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70만 명이었다. 13억 중국 인구를 감안하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경제적 측면은 그렇다 치고 유럽인은 중국인의 해외여행을 또 다른 의미에서 반기고 있다. 중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국민을 압제하는 나라는 자국민을 해외로 내보내지도 않고 자국을 외국인에게 개방하지도 않는다. 중국 이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랬고,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점에서 아직 문을 닫고 있는 북한이 떠오른다. 북한은 언제쯤 외국의 일반인에게 문호를 개방할까. 얼마나 지나야 북한 주민들이 해외로 자유롭게 다니게 될까.

제라르 뱅데 에뒤 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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