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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 개막식에서 ‘유럽의 양심’으로 불리는 바츨라프 하벨 (Vaclav Havel) 전 체코 대통령의 영상이 방영돼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신병상의 이유로 직접 참가하지 못한 하벨 전 대통령은 영상축사를 통해 “전체주의 사회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민주주의 국가로부터의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이러한 도움은 정치가, 비정부기구, 일반시민 누구로부터이든지 간에 모두가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하벨 전 대통령은 이 축사에서 북한 당국과 일부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국제사회의 북한인권개선 요구는 ‘주권침해행위’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인권문제로) 다른 나라 상황에 관여하게 된다면, 그것은 내정 간섭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그곳(인권이 유린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 관해 인권존중에 대해 걱정하며, 이는 인간적인 관심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체코 민주화운동을 하다 4년간 투옥된 경험이 있는 그는 특히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수인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자기 나라에서 체포되어 말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강제수용소에 보내지는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처참한 삶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체코 공화국 전 대통령으로서 민주화된 환경에서 살 행운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하고 “언젠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통일 한국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며 축사를 끝마쳤다.
하벨 전 대통령은 공산 치하의 체코를 비롯한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운동을 선도했으며, 퇴임 후에는 북한과 미얀마의 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고 쿠바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등의 공로로 지난해 노벨상 후보로 추천됐으며 대표적인 ‘유럽의 양심’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89년 11월 반체제연합 ‘시민포럼’을 조직,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40여년 동안 체코를 통치해온 공산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해 12월29일 체코슬로바키아 의회에서 비공산당 출신으로 임시대통령에 선출됐고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립 이후인 93년 1월말 실시된 선거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재선됐다.
그는 1990년부터 13년간 체코 대통령으로 재임했으며,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제가 실망시킨 국민, 저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았던 국민, 그리고 저를 미워했던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남긴 뒤 퇴임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