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北앞에 美 ‘굴욕’ 언제까지?

▲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 김계관(왼) 외무성 부상과 미국 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북한이 핵폐기 초기단계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키로 한 북핵 6자회담 ‘2·13 합의 60일 시한’이 지난 14일을 끝으로 아무런 약속 이행 없이 시한을 넘기게 됐다.

지난 3월 제6차 6자회담에서 미 재무부는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던 북한자금 2500만 달러를 전액 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은행(BOC)의 이체 거부와 가·차명으로 개설된 북한계좌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겹쳐 6자회담은 파행으로 끝났다.

이후 미국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 BDA 해법을 고심한 끝에 미 재무부는 10일 BDA 북한자금 2500만 달러에 대한 전액 동결해제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제 북한이 돈을 찾아가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2·13 합의 60일 시한’인 14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다만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형식을 빌어 “BDA 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되었을 때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4일 “북한에 대한 인내심이 결코 무궁무진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예기치 않은 BDA 북한자금 문제가 얽혀 있음을 고려, 북한에 며칠간의 시한을 더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코맥 대변인은 “우리 모두가 ‘2·13 합의’를 이행할 수 있도록 이제 북한이 움직여야 할 때”라며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즉각 초청해 영변 핵시설을 가동중단하고 봉인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 같은 약속을 이행해야 나머지 5개국이 중유 5만t을 지원할 수 있고, 지난 2005년 9월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다음 단계로 6자회담이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2·13 합의 60일 시한’을 넘긴 것과 관련, 미국의 대응조치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다만 “미국은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미 고위관리는 “새로운 데드라인을 협상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관심이 없다”면서 “우리의 목적은 정확한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고, 향후 며칠안에 진정한 진전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북한의 약속이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또 다시 미국이 정한 데드라인을 어길 경우 미국이 정치적으로 입을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악의 축’인 북한과는 직접 대화할 수 없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정책을 써오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유화정책으로 선회한 뒤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는 내부의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 BDA 북한자금을 동결이전 상태로 원상복귀 시키는 등 파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나오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임기내 해결’이라는 조급한 성과주의에 빠져든 것을 간파하고 6자회담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됐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당장 ‘2·13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데다 북한의 합의 이행을 강제할 마땅한 압박수단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은 더 깊어만 간다.

이와 함께, 중국 베이징에 체류 중인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6자회담 ‘2·13 합의’와 관련 “우리는 현재 많은 ‘모멘텀’(momentum)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확실하다”고 했다. 결국 평양에서 날아오는 ‘시그널’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최근 정황으로 볼 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이 무엇을 주장해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결론 내린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라며 미 행정부의 태도를 비꼬았다.

이어, 북한의 성향으로 볼 때 ‘2·13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최소한의 것만 이행하면서 미국에 더 양보할 것을 주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2500만 달러를 양보함으로써 김정일에게 이런 방식의 게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임을 알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