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증거 드러나면 중국도 북한 버린다”

▲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 ⓒ연합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북ㆍ미간 갈등이 계속될 경우,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버리는 실리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흥규 교수는 21일 ‘후진타오 신외교노선과 북ㆍ중관계’라는 분석글을 발표하고 “2006년 후진타오 정부의 외교는 화합을 강조하는 ‘화자위선(和字爲先)’의 원칙 아래 이뤄질 것”이라며 “이중 조화로운(和) 관계를 형성해야 할 미국과의 관계에 북한이 가장 두드러진 장애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이미 북한 위폐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규범과 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했고,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은 물론이고 중국 내 북한의 자금세탁 창구를 봉쇄해 중국을 통한 북한의 금융거래가 거의 중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북한이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실리를 분명히 추구했음을 보여준 사례이며, 북한은 단순한 물질적 차원을 넘어 현실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인식하게 했다”며 “북한 위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날 경우 북한은 국가적 파산의 가능성에 직면하고, 유사시 중국으로부터 정치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북한 위폐문제에 원칙적 대응

김 교수는 지난 1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목표도 “당면한 위폐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현안을 돌파할 방안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실무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이번 방북이 북한 개방의 본격적 출발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이번 방북은 위폐 및 자금세탁 문제가 야기한 제반문제들과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는 위폐문제로 북한이 극단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역내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국가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후진타오의 4월 방미 때까지 6자회담이 표류하고 북핵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은 미국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김정일의 방중에 적극적 입장을 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국은 전통적인 우호관계 차원보다는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외교정책을 북한에 적용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의 갈등이나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보다 명확히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을 채택할 개연성이 크며, 북한 역시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김정일의 방중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북ㆍ중간 경제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한다는 신호를 표출한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북-중 경제협력 늘겠지만, 북한 ‘속국화’는 아니다

김교수는 “기존에 지방정부의 묵인 하에 제한적으로 민간 기업이 주도하던 경제교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중앙정부 차원의 대북 경제교류 정책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며 “이는 중국 정부의 대북 경제정책이 소극적 제한정책에서 개입정책으로 전환된 것을 의미하지만, 북한 경제를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하려는 ‘음모론’은 현재 상황에서는 일정 정도 무리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 정부도 북한의 위폐문제에 대해 원칙적 자세를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위폐문제에 대해 북한과의 경제협력 문제와는 별도의 사안으로 국제규약과 규범에 따라 원칙을 세우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에서 북한과 일정 정도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대북관계가 어려울 수도 있으나 북한이 이 문제로 장기간 남북관계를 공전할 수는 없을 것이며, 결국에는 대북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6자회담에서도 우리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국제적 위신 손상과 우방과의 관계 강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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