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문제 北美해법 괴리 극복될까

북핵 6자회담 재개의 암초로 작용하고 있는 북한위폐 문제의 해결방안과 관련,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극복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2월9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국제적인 ‘반자금세척활동’에 합류할 뜻을 밝히며 문제해결을 위한 ‘카드’를 꺼냈지만 미국측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위폐제조용 ‘동판 폐기’ 발언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 듯 근본적이고 철저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특히 위폐의혹에 대한 전면 고백과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는 미국의 입장이 완강한 것으로 보여 북측이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폐공방 어디까지 왔나 = 북한 위폐의혹에 관한 한 칼자루를 쥔 미국은 ‘확전’은 하지 않되, 공세의 수위를 낮추거나 북한과의 적당한 타협을 모색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15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위폐를 만드는 동판을 폐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이 미국 정부 입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은 북한 당국이 위폐제조 사실을 시인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추론하기에는 충분한 단서가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태식 주 미국대사가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북한 돈을 발행하는 곳에서 슈퍼노트(초정밀 100달러 위조지폐)를 위조한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전한 것은 미국이 북한 정부 차원에서 위폐를 제조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우리 정부는 초기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지난해 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쪽으로 선회한데 이어, 최근에는 이 대사의 발언 등을 통해 위폐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에 확실히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서 확전않는 미국의 속내는 = 미국은 공식적으로 위폐문제와 6자회담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위폐문제를 통해 북핵 협상을 쉽게 풀어 나가겠다는 의중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이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대북 금융제재 조치들이 6자회담의 성공 전망을 높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미국의 속내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클린턴 행정부때 미 국무부 핵비확산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씨도 최근 국내 인터넷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민감한 시점에 위폐문제를 제기한데 대해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동시에 북한의 불법행위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6자회담에 좀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올 1월9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BDA를 통한 미국의 실질적인 금융제재를 “핏줄을 막아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도 말살행위”로 표현한 데서 보듯 미국은 BDA건으로 대북 압박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미국이 북한 위폐를 세탁한 혐의로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규정한 이후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은 미국이 위폐 문제와 관련해 ‘확전’을 할 뜻이 없음을 짐작케 한다.

이태식 주미대사도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추가로 금융제재를 취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폐세탁이 이뤄진 은행이 BDA만은 아닐 것이라는게 우리 정부 당국의 분석.

그런 만큼 미 당국이 BDA 외 타 은행에까지 조사 및 제재를 확대하지 않는 것은 불법행위 단죄가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해 6자회담의 틀을 깨는 상황은 피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따라서 미 당국이 조만간 내 놓을 BDA에 대한 조사결과와 후속조치는 위폐공방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反돈세탁 동참” 이후 北 후속 입장에 관심 = 6자회담 재개 전망과 관련, 앞으로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금융제재와 위폐 문제를 연결짓고 있는 현 입장에서 변화를 보일지 여부다.

북한은 15일 버시바우 대사의 언급이 있었음에도 9일 ‘반자금세척 활동’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17일 오전까지 추가로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30일 비공식 경로를 통해 리 근 미국국장을 미국에 파견, 위폐 관련 대화를 갖도록 하는 방안을 미측에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가시적 움직임 등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핵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부상한 이란 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당에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위폐문제에서 적당한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회담 재개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는 셈이며 북한이 최근 전향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당장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위폐문제 해결을 도모하거나 위폐문제는 접어둔 채 6자회담에 복귀할지는 불투명하다.

리 근 국장의 방미가 성사돼 북미간 협의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당장 회담에 복귀함으로써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보다는 당분간 미국이 이란 핵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무성의 전향적 입장표명과 달리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추구하는 한 핵문제를 비롯한 조.미 사이의 제반문제들은 해결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북한이 호락호락 회담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임을 추정케 한다.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북한으로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모두 담긴 9.19 공동성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면서 “그러나 현 상황에서 명분없이 회담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 같고 한동안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다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회담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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