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문제와 북핵 향배

북미간 위폐 다툼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월이 북핵 해결 구도의 향배를 가르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제5차 2단계 6자회담이 열릴 경우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논의할 수 있게 돼 북핵 해결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회담 무용론이 대두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단계 회담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이 작년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에서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에’(at the earlist possible date) 개최하자는 데 합의하면서 1월에 개최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무산됐다.

정부는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나 위폐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외교적 노력이 집중되면서 핵심 당사국인 북미 양측에서 다소 ‘전향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2월에는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월의 북핵 기상에 대해 “여전히 한반도 상공에는 낀 구름은 걷히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맑아질 지, 흐려질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간간이 햇살이 비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위폐문제가 어떻게 가닥을 잡아가느 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위폐문제와 북핵 6자회담을 연계시켜 전자에 진전이 있어야 후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미국은 불법행위인 위폐와 6자회담은 별개라고 맞서고 있어 이와 관련해 접점이 찾아져야 차기 6자회담의 2월 개최가 가능하다.

주목할 대목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그 직후인 18일 미.북.중 6자회담 수석대표간 베이징(北京) 회동에서 북한이 긍정의 조짐을 보였다는 점이다.

위폐를 비롯한 불법행위를 강하게 부인해오던 종전의 태도와는 달리 베이징 회동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돈세탁에 대한 국제기준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시사했고, 26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를 전격 공개했다.

북한이 국제규범 준수 의지를 얼마 만큼 행동으로 옮기느 냐가 차기 6자회담의 조기 재개 여부를 결정할 직접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마약 밀매와 무기 거래, 위폐 제조.유통 방지를 위한 유엔마약협약, 테러자금조달억제협약, 반부패협약 등의 국제협약에 가입하기 위한 ‘액션’에 나선다면 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향적인’ 선택은 적어도 북한의 체면이 유지되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시 말해 미.북.중 3국의 크로스 체크가 가능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에서, 북한이 수긍할 만한 결과가 나와야 북한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미 행정부가 BDA사건에서 당국 차원의 개입한 것으로 결론을 낼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이미 북한 당국 차원의 불법행위는 없었으며 규정 위반 몇 건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의 마카오 현지 조사까지 마친 미 행정부는 종합적인 판단을 앞두고 있다.

만약 미 행정부의 판단이 중국과는 달리 북한 당국의 불법행위를 확인하는 쪽으로 나온다면 북한이 ‘강 대 강’으로 맞설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럴 경우 6자회담의 조기 재개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의 달러위조 혐의에 대해 ‘확증’을 갖고 있다며 발 언의 수위를 높여온 미 행정부는 불법행위 단죄와 그와 관련된 금융제재 조치는 조 지 W. 부시 대통령의 의지라고 밝히는 등 양보할 수 없는 초강수를 둔 상태다.

부시 대통령도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 금융제재는 “불법활동으로 번 돈의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그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다”고 말해 북한의 불법행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했다.

미 행정부는 위폐문제는 자국 경제와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범죄로 보고 있으며, 원칙적인 해결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위폐 문제에서 일정 수준의 접점이 찾아져 6자회담이 속개된다고 하더라도 북미 간에 별도의 트랙을 통한 위폐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정부도 미 행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위폐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동시에 6자회담을 재개되도록 하는데 외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병행전략인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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