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투병 탈북자 부부, 적십자 봉사단에 `감읍’

“하늘의 별이라도 따서 안겨주고 싶은 것이 저희들의 마음입니다.”


국내 입국하자마자 위암 진단이 나와 수술을 받아야 했던 40대 남성 탈북자와 그 부인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하는 ‘감읍’의 편지 한 대목이다.


같은 탈북자 출신으로 남한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최현준, 이수진(가명.여)씨가 강북구 미아동의 한적 자원봉사자들에게 이 편지를 써서 한적의 강북도봉봉사관에 보낸 것은 지난 1월이나, 한적 소식지 10월호가 최근 ‘발굴’해 소개했다.


부부는 편지에서 “대한민국에 정착해 살면서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면 약육강식의 법칙이 난무하는 사회라는 인식에서 두려움과 불안감, 부모 형제 일가친척 친구조차 한명없는 외로움으로 서러웠고,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기까지 할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사실 남편 최씨는 지난해 1월 입국한 뒤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하나원의 남한사회 적응 교육기간도 채 채우지 못한 채 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야 한 만큼 다른 탈북자들보다 더 서러웠으리라.


최씨와 같은 시기에 입국했던 부인 이씨는 그의 곁에서 지켜주다가 서울 SH공사의 도움으로 지난주 다른 다문화 부부들과 함께 뒤늦게 합동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최,이 부부는 편지에서 “소위 인간의 참된 이상이 실현되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공산주의 구호가 있지만 정작 이런 진실한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다”며 “적십자 봉사원들에게서 진실한 인간미와 아름다운 품성, 불우한 이들을 위한 헌신적 봉사활동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퇴원 후 한국에서 첫 보금자리인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텅빈 집에 먼지만 날리고” 있었는데 박복례(48) 회장을 비롯한 미아동의 한적 봉사자들이 나서 수저와 밥그릇, 밥상, 쌀, 반찬 등을 사가지고 왔을 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집안 청소까지 깨끗이 해 주었다는 것.


봉사자들은 이후에도 자비로 크고 작은 생활필수품을 갖춰주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최씨를 대신해 부인 이씨와 함께 밤늦게까지 가전제품 청소를 비롯해 집안일을 깨끗이 마무리한 뒤에야 비를 맞으며 자신들 집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줘 두 탈북자 부부를 감동시켰다.


최, 이 부부는 “자본주의 사회인 이 한국 땅에도 저희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부모 친누이 언니와 같은 분들이 옆에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지며 감사의 눈물이 흐르고 또 흘렀다”고 말했다.


적십자 봉사자들은 이들 부부가 북한에 아들, 딸을 두고 와서 외롭고 쓸쓸히 지내는 것을 생각해 애완용 강아지도 구해주니 “그 마음 씀씀이를 어떻게 말로, 글로 다 표현하겠습니까”라고 부부는 감격해 했다.


“이 분들도 가정이 있고 부모 형제 자식들이 있을 것인데, 또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분들인들 생활의 여유가 있고 시간이 남아서 누가 보건 말건, 알아주건 말건 성실히 봉사활동을 하겠습니까”라고 부부는 이들의 봉사 정신에 고개를 숙였다.


특히 박복례 회장은 몇차례 항암 치료비도 손에 쥐어 주고 짬짬이 음식도 직접 장만해 갖다 주면서 이제 부인 이씨는 어렵거나 모르는 일이 있을 때마다 박 회장에게 전화하는 것이 버릇이 됐다.


“부부가 결혼식을 올릴 때 엄청 울었고 축하하러 갔던 우리 봉사원들도 울었다”는 박 회장은 올해 12년째인 적십자 자원봉사 활동을 돌아보며 “한때 우울증으로 세상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보람을 느끼게 됐다”며 “봉사 뒤 몸이 힘들어 누울 망정 그 보람 때문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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