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북한학과…폐지·통폐합에 2개 학교만 남아

1990년대 이후 통일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북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함께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정부와 학계 간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일부 대학에서 북한학과 설립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1994년 국내 대학 최초로 동국대가 북한학과를 개설했고 이후 명지대(1995년), 관동대(1996년), 고려대(1997년), 조선대·선문대(1998년) 등에서 잇따라 북한학과를 개설했다. 하지만 조선대는 개설 1년 만에, 관동대는 11년 만인 2006년 북한학과를 폐지했다.

또한 선문대는 2008년 북한학과를 동북아학과로 개편했으며 명지대에서는 2010년도부터 정치외교학과로 통·폐합됐다. 6개 대학 중 2개 대학만이 ‘북한학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동국대 북한학과마저도 폐지논란에 휩싸였다. 동국대는 2007년부터 입학정원을 기존의 절반인 20명으로 축소했다. 2011년도 신학기에는 정원 외 지원자가 있어 21명의 신입생이 선발됐다. 하지만 입학 정원이 15명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이듬해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다는 학교 규정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인문사회학부로 입학해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고려대(세종캠퍼스)는 올해 39명의 학생이 북한학과를 선택했다. 이는 지난해 30여 명보다 오히려 증가한 추세다. 그렇지만 대학별로 북한학과가 폐지되거나 학생수가 감소하는 등 하향세 현상은 뚜렷히 발견되고 있다.

 

북한학과 설립년도

현황

동국대학교

1994

2007년 입학 정원 축소 (4020)

명지대학교

1995

2010년 정치외교학과로 통폐합

관동대학교

1996

2006폐지

고려대학교

1997

유지

조선대학교

1998

1999폐지

선문대학교

1998

2008년 동북아학과로 개편

북한에 대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출발한 북한학과가 10년도 안 돼 존폐의 위기에 빠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북한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인문 계열인 북한학과를 졸업할 경우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학 전공자가 학부 졸업을 했을 경우 취업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도권의 10개 정도 대학 학부에서 북한학과를 정책적으로 육성한다면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겠지만 (북한학과가) 남아있는 대학에서도 학과 규모가 작다보니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려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실제 북한학 전공자의 취업이 제한되다보니 학과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다. 학교 측에서 이러한 학과를 폐지하고자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후발학과로서 학과 교육 과정이 제대로 갖춰질 수 없다는 한계도 제기됐다.

유 교수는 “한편으로는 북한학을 다루는 이론적 체계가 학부 과정에서 다루기는 너무 포괄적인 면도 있다”며 “학부에서도 정치·경제·사회학 등 전반적인 기초학문을 토대로 북한을 공부하는 게 좋겠지만 제한된 조건 내에서 모든 것을 다루기가 어렵다. 더욱이 후발학과인 북한학과에서 이를 위한 충분한 교수진을 확보하지 못한 운영상의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북한학과의 경우 학문적으로 독립성이 인정받기 어려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학교측 판단에 의해 지난해 정치외교학과로 통폐합됐다. 그러나 북한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학과 과정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명지대 북한학과에 재학중인 학생(2007년도 입학)은 통폐합과 관련 “처음에는 정치외교학이 북한학보다 큰 틀의 학문이니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막상 (통합 이후에는) 배우고 싶었던 북한학 과목이 개설이 안 되는 등 북한학 관련 커리큘럼이 점점 축소되고 있어 아쉬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지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치외교학과라는 틀 내에서도 북한학에 대한 교수들의 연구나 학생들의 공부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학과 개설은 대학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공감대를 갖고 추진했던 것인데 막상 북한학 전공자가 진출할 만한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대두됐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필요성 아래 북한학과가 설립되었지만 막상 북한학 전공자를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체계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명지대 북한학과의 올해 졸업생 17명 중 북한학 전공 분야로 진출한 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명은 북한학 대학원에 진학한 것으로 실제 취업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학부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그나마 북한학과 졸업생들이 택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학부 과정에서는 북한 전문가 육성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졸업생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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