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윤성식씨의 `믿기지 않는’ 회상기

지난 1998년 12월 자진 월북한 윤성식 전 4월혁명연구소장이 자신이 남쪽에서 친북 재야 활동을 했던 당시를 회상한 글이 13일자 북한의 노동신문에 실렸다.

이 회상기는 ‘천하무적의 백두령장 계시여 두려울 것이 없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지도력을 찬양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윤씨가 남쪽에서 겪은 일화를 중심으로 작성됐다.

회상기는 지난달 2월 김 위원장의 생일(2.16)을 맞아 월북 인사로 구성된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상무위원인 윤씨가 제9차 김정일화 축전장에 설치된 한국민족민주전선 평양지부 전시대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감동을 계기로 ‘과거’를 떠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북한 인터넷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전해진 회상기에 따르면 윤씨는 1996년 11월말 몇몇 학생들을 데리고 지리산에 올랐다.

전파 장애가 없는 곳에서 평양방송을 청취하기 위해서였다. 라디오를 켜는 순간 김 위원장이 판문점 대표부를 시찰했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윤씨는 이에 대해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적아 쌍방의 총구가 마주한 곳, 서로의 숨결에도 긴장이 서리고 굴러가는 낙엽소리에도 총탄이 빗발친다는 그 판문점에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여유작작하게 군인들과 농담도 나누시고 기념사진도 찍으시다니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라고 회고했다.

윤씨는 “이윽고 누군가가 라디오를 높이 추켜들고 ‘조선아, 단군민족은 살았다. 너 5천년 역사국이여’라고 격동된 어조로 외쳤다.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돌아갔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끓어오르는 감격을 금치 못하며 우리는 ’불세출의 영장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쳤다”고 회상했다.

그는 1997년 여름날 서울의 한 대학교 강당에서 1천여명의 학생 대표들이 참석한 집회에서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가 불렸던 일화가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경찰의 봉쇄 속에서 치러진 집회가 끝날 무렵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학생들 속에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윤씨는 “비록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그것이 공화국에서 불리는 노래임을 알 수 있었다. 단상에 앉은 비전향장기수들과 함께 우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윤씨의 회상을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미지수이다.

윤씨는 작년 12월 29일자 노동신문에서 “공화국(북한)의 위성발사 소식을 접하고 (남조선) 거리의 어디에서나 감격과 격정 속에서 환성을 지르고 만세를 부르는 시민들로 성황이었다”고 사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한 적이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