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스틴 “北핵실험 예상했던 일”

“북한의 핵실험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로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번 핵실험이) 매우 논리적으로 준비된 일임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의 자본주의 체제를 ’장기 지속’의 관점으로 분석해온 ’세계체제론’의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고려대 문과대 60주년 초청강연을 하루 앞두고 1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조성된 최근 국제 정치의 긴장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밝혔다.

“미국의 패권이 몰락하고 있다”며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의 종말을 예견해 온 월러스틴 교수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북한과 미국 간의 심각한 긴장상태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 제재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북한 핵실험에 대해 미국ㆍ일본ㆍ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지금과 같은 반응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중국이 예상보다 강하게 북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지 관심이 많다”며 “향후 며칠 간 여론 형성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 월러스틴 교수는 이라크에 미국의 군대가 묶여있는 상황에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없이 미국이 독자적으로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며 “미국이 당장 북한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사회가 자신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하는 것과 미국 등의 군사적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며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제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제재가 실질적인 압력행사로 이어지기는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이 향후 20-30년 안에 통일될 것으로 내다 본 월러스틴 교수는 “핵 실험이 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통일의 가능성이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 될 지가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1989년 첫 방문 이래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인 월러스틴 교수는 11일 오후 2시 고려대 문과대 초청으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미국 이후의 세계에서 살기 : 지정학적 긴장과 사회적 투쟁’을 주제로 특강한다. 특강 이후에는 한국 학자들과 함께 ’세계체제와 동아시아자본주의’를 주제로 포럼도 가질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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