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남·북한 동반 진출 가능할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란히 나섰던 한국과 북한의 명암이 엇갈렸다.

한국은 7일(한국시간)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 최종예선 6차전 원정경기에서 2-0 승리를 낚아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B조 2위를 확보해 남아공행 직행 티켓을 얻었다.

한국이 4승2무(승점 14)를 기록하면서 이날 이란과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북한(3승2무2패.승점 11)을 승점 3점차로 따돌렸기 때문이다.

한국은 10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이란에 모두 지더라도 맞대결을 벌일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3승1무2패.승점 10) 중 한 팀이 2위 경쟁에서 탈락하는 만큼 본선행 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 안에 들 수 있다. 4위 이란(1승4무1패.승점 7)은 본선권에서 멀어졌다.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7회 연속이자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해 통산 여덟 번째 본선 진출 쾌거다.

반면 북한은 안방으로 불러들인 이란과 맞대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면서 8강 진출 신화를 창조했던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란을 이기면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조 3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북한은 오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서 본선행 티켓에 마지막으로 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상 첫 남북한의 월드컵 동반 진출 가능성은 살아 있는 것이다.

북한은 남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남아공 직행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북한과 잇단 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을 챙긴다면 북한은 A조 3위와 플레이오프, 오세아니아팀과 경기를 통해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노릴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의 본선행 열쇠는 10일 홈경기를 치르는 한국이 쥔 셈이다.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잡아준다면 북한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를 확정하며 남아공에 직행할 수 있다.

붉은 의상의 북한 응원단 (서울=연합뉴스) 6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중계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북한 대 이란 경기중 여성응원자들이 ‘강성대국’이라는 글씨가 씌어진 붉은 상의를 입고 북을 치며 북한팀을 응원하고 있다. 2009.6.6 <<조선중앙TV촬영>>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솔직히 공동 진출을 생각하지 않았다. 의미도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옥의 조에 속했다고 하고 어려운 팀과 경기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본선 진출에만 초점을 뒀고 같이 진출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북한도 함께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은 UAE와 경기에서 미드필더 김정우(성남)가 퇴장을 당한 데다 수비수 이영표(도르트문트), 오범석(사마라)도 옐로카드 1개씩을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전에 뛸 수 없어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번까지 네 차례 북한과 치렀지만 모두 본선행 티켓을 얻었다. 반면 북한은 앞서 세 차례 모두 미역국을 마시며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로 옮겨 치른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 남북대결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지난 4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최종예선 5차전 김치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낚았다. 또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었던 건 북한이 이란과 비겼기 때문이다.

남북 형제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잇달아 잡고 나란히 남아공으로 가는 티켓을 손에 넣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