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영웅’ 박두익, 북경올림픽 北측 성화주자

베이징 올림픽의 최고령 성화주자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영웅인 북한의 박두익 전 국가대표선수가 선발됐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북한 측 성화주자에는 총 56명이 발탁돼 4월28일 평양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를 들고 달릴 예정이며, 이 중 박두익 선수가 올해 70세의 나이로 최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1966년 런던월드컵에 북한 대표로 출전,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1-0 결승골을 넣은 인물이다. 그의 골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는 탈락하고 북한은 8강에 진출해 전 세계가 놀래켰다.

당시 북한 축구단의 이름은 ‘천리마축구단’이었다. 이 대회에서 평균 신장 162cm의 북한선수들은 헤딩력을 보완하기 위해 사상 유례가 없는 ‘사다리 전법’을 선보여 주목되기도 했다.

8강전 북한-포르투갈 전에서 초반 3-0으로 앞서다 내리 5골을 내줘 4강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이들은 북한당국과 주민에게 이미 영웅이었다. 귀국 후 선수들은 인민의 영웅으로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박두익을 비롯해 신영균, 오윤경에게 체육인의 최고영예인 인민체육인 칭호가 수여됐고, 선수 전원에게 공훈체육인 칭호가 주어졌다. 직장과 학교 등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다.

이들의 신화는 북한 당국의 허가에 따라 영국기자 다니엘 고든의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신화도 잠깐, 얼마 안 있어 사상투쟁의 대상이 돼 몇 명을 제외한 선수전원이 혁명화 대상으로 지방으로 추방됐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북한이 전반 3-0으로 이기고 있다가 후반 들어 5골이나 허용해 패한 것이 사상투쟁의 원인이 됐다.

이들은 정치범수용소를 비롯한 탄광, 광산으로 쫓겨 갔고 축구단은 해산됐다. 정치범수용소 출신 강철환 기자도 북송 재일교포의 편지를 전해주다 간첩혐의로 요덕수용소에 끌려온 축구대표 박승진을 기억했다.

박두익도 예외는 아니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그도 양강도 보천군 대평노동자구 림산 노동자로 10년 정도 일했다. 이후 1990년대 초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양강도 체육지도위원회에서 지도원(감독)으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지방에서 다시 올라와 국가종합팀 지도원과 이명수체육단 축구지도원, 5∙1경기장 지배인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고철호 북한올림픽위원회 서기국 집행서기는 이번 성화주자 선발과 관련해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제정한 기준에 따라 500여명의 지원자로부터 신청을 받았다”며 “국가 번영∙건설에 공헌 한 공무원, 노동자, 농민, 체육분야 종사자로 국내외 주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유명 선수와 지도자 등을 성화주자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고 집행서기는 박두익 외 다른 성화주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유도여왕 계순희, 탁구선수 이분희, 마라톤여왕 정성옥 등 북한대표로 세계에 이름을 떨친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이 주자로 선정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