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미운 북한문화재 특별전

월드컵이 밉다. 12일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 개막식 때만 해도 특별전 개최지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주변은 떠들썩했지만 몰아친 월드컵 열풍은 그 열기를 이내 식혀 버렸다.

고려 태조왕건상을 필두로 북한에서 대여한 문화재가 자그만치 90점이나 되고 그 하나하나가 명품에 속하지만, 개막 10일이 지난 23일 현재 호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반관람이 시작된 13일 이후 20일까지 7일간(월요일은 휴관) 북한문화재를 둘러본 사람은 주최측에 의하면 3천499명. 1일 평균 499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체 관람객이 하루 평균 4천명 가량인 데 비해, 특별전 관람객 숫자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무엇보다 월드컵 열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번 특별전을 하필 월드컵 개최기간과 겹치게 한 데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월드컵은 7월10일에야 폐막한다.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그 열기는 가라앉을 수도 있겠으나, 특별전 서울전시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인 대회 폐막 즈음까지 ’월드컵 여진’은 만만치 않게 남아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주최측은 여름방학을 기대한다. 월드컵이 끝나는 시점에서 서울 전시회가 폐막하는 시점(8월16일)까지 약 1달간이 방학과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관람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성인 개인 기준으로 박물관 관람료는 2천원이지만, 북한문화재 특별전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1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초ㆍ중ㆍ고교생 관람료는 7천원이며, 4세 이상 미취학 아동 또한 5천원을 내야 전시장에 들어설 수 있다. 사립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아닌 국립기관에서 관람료 5천-1만원이란 수치는 관람객의 발길을 가로막는다.

나아가 태조왕건상 외에 일반인의 눈길을 끌 만한 전시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재 하나하나가 학술적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다는 점은 관련 학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런 학술적 가치가 관람객 호응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문화재를 통한 “남북한 문화교류 확대”와 “남북동일성 확인”이라는 당초 취지를 더욱 살리기 위해서는 관람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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