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北농업과학원 ‘감자혁명’ 성과

“비로이드, 비루스(바이러스), 역병 등 병충해 피해를 막는 게 중요하고 생산자에 대한 과학기술강습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감자의 수확 후 맹아나 적재로 인한 상처, 병해를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양 보통강호텔 회의장에서 18일 열린 제8차 남북 농업과학 심포지엄에서 남북한의 농업 과학자들은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서 ‘감자혁명’을 통해 식량난을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남북한의 농업 과학자들은 씨감자에서 생장, 수확 후 관리까지 감자의 일생에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풀기 위해 지혜를 모았고 특히 남측에서 방북한 농업 학자들은 선진기법을 북측에 전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남북한 감자 전문가들이 만난 것은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2000년부터 북측과 씨감자 생산기술 협력사업을 벌이면서부터.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8년 10월 대홍단군 종합농장과 감자연구소를 방문해 “감자농사에서 새로운 전환”을 주문했던 터여서 감자증산을 위해 남측과 협력에 적극적이었다.

월드비전은 2000년 3월 북한의 농업과학원과 씨감자 생산사업 실무합의서를 체결하고 조직배양 기술과 수경재배에 의한 씨감자 생산기술, 병해충 방제기술, 채종 및 증식기술 협력사업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평양과 량강도 대홍단군, 평안북도 정주, 함경남도 함흥, 황해남도 배천 등 5개 지역에 씨감자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북한의 농업과학원도 연구원들을 동원해 다른 작물을 위해 마련했던 논밭들을 갈아엎고 비닐하우스를 마련했고 월드비전은 수경재배시설을 지원했다.

이 사업이 8년년째 지속되면서 남북 협력품인 씨감자는 대홍단군 등 대표적인 감자생산 지역에 공급돼 북한의 식량난 완화에 기여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북측 농업 관계자는 작년에 200만t 정도였던 감자 수확고가 올해는 300만t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서 감자는 대체식량으로 주목받는 작물”이라며 “북한에서 우량 씨감자를 생산.공급하고 비배 및 병해충 관리만 잘하면 연간 330∼425만t의 감자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자농사로부터 시작된 월드비전의 대북 농업발전 지원 사업은 이제 과수와 채소, 토양 등 북한의 ‘먹는 문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초정으로 이뤄진 이번 심포지엄에서 북한 농업과학원 소속 연구사들은 남측 전문가들과 함께 감자농사 뿐 아니라 채소와 과수 재배, 육종, 토양 등 문제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감자농사 지원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북한의 전반적인 농업발전을 위해 과수와 채소, 벼, 토양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도 됐다”며 “북측 과학자들의 자세가 매우 진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남측 전문가는 “감자 분야에서 월드비전의 협력사업은 매우 성공적이지만, 이러한 협력 사업을 다른 작물로 확대하고 토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많은 재원이 필요하므로 당국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남북 농업협력의 주체를 남북 당국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남북 양측은 작년 10.4남북정상선언에 이어 총리회담과 경제공동위원회 등에서 농업분야 협력사업에 합의하고 농수산협력분과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었다.

이 점을 감안해 월드비전은 이번 행사에 농업진흥청 관계자 7명의 동행을 추진했지만, 북측이 남한 정부관계자의 방북을 불허한다는 이유로 통일부가 이들의 방북을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 농업과학 심포지엄에 참가한 월드비전 관계자들과 남한 농업 전문가들은 17일 중국 선양에서 고려항공편으로 방북해 일정을 마친 뒤 21일 서울로 돌아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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