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기간 北장사꾼들이 담합해 가격 올리는 상품은?

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요즘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목수건(목도리)을 걸치거나 얇은 코트를 입은 모습인데요, 북한은 서울보다 더 춥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의 월동준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이야기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아침 출근길에는 따뜻한 커피가 생각날 정도로 날씨가 쌀쌀해졌죠? 저도 지난주부터는 목수건을 꼭꼭 챙기고 출근합니다. 한국보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벌써부터 겨울 수건을 사용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특히 한반도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잖아요, 이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두꺼운 자켓을 입고 겨울 수건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네요.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북한 장마당의 분위기도 바뀌고 소소한 월동준비로 분주히 보내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올 여름 유난히 더웠잖아요? 언제 시원한 가을이 올까 하는 마음으로 여름을 보냈는데 이렇게 월동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날씨가 추워졌네요, 북한 주민들의 월동준비 이야기 들려주세요.
 
기자 : 네, 북한 주민들은 통상적으로 가을(추수)이 끝나면 내년도 살아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하게 되는데요. 김장준비, 화목(火木·땔감)마련, 그리고 한 해 동안 비바람에 피해를 본 집을 손질하기도 하고 겨울에 입을 의류준비도 한답니다. 시기에 맞는 상품을 빠르게 가져다놔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장사꾼들은 날씨에도 민감한데요, 각 부류의 장사꾼들은 시기에 적절한 상품을 도매 한 후 이윤을 남기기 위해 여러 작업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월동용 화목을 판매하는 장사꾼은 화력이 좋은 종목의 나무들을 받으려고 장마당을 벗어나 화목행렬을 맞기도 하구요, 이달 중순이 지나면 본격 시작되는 김장준비를 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조미료 등을 파는 상인들은 그들대로 보기에 좋은 상품을 받으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추수를 끝내면 편히 쉴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군요, 그럼 지금부터 월동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기자 : 네, 그렇죠, 화목이나 겨울용 의류마련, 그리고 김장준비보다도 지금 당장 해야 되는 것이 집 보수이거든요, 아파트에서 사는 도시 주민들은 해마다 집 보수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외곽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해마다 집을 보수해야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제가 살던 양강도 지역은 시멘트가 귀한 지역이어서 일반 주민들은 시멘트로 집을 짓는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거든요, 대부분 집들이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흙과 톱밥을 이용해서 벽체를 만들거나 아예 통나무집을 짓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관련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한데요, 가격이 오르는 것은 널빤지뿐이 아닙니다. 이 시기에 장사꾼들이 담합을 하면서까지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상품이 있는데요, 바로 비닐박막이거든요, 통상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겨울이 오면 집의 모든 문에 비닐박막을 대서 바람을 막으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김장을 하는 데도 비닐박막이 필요한데요, 한 가정에서 보통 5~10미터는 소비하기 때문에 장사꾼들은 자연스럽게 가격을 올리기도 한답니다.


진행 : 그렇군요, 시기에 따라 장사꾼들이 담합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겠네요, 쌀쌀해진 날씨로 장마당 분위기도 바뀌었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시원한 것보다 따뜻한 음식을 많이 찾잖아요? 자연히 장마당에서도 고객들을 끌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을 팔았던 국수 장사꾼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면으로 바꾸고 시원한 물에 넣어서 팔던 두부도 따뜻한 물에 넣어서 팔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떡이나 빵도 따뜻하게 해서 팔려고 숯불위에 올려놨다 내려놓기를 반복한다고 하네요. 점심에는 따뜻한 국물을 찾는 주민들이 많아서 국밥장사도 활기를 띤다고 합니다. 또 장사꾼들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두부국이나 시래기국을 끓여서 파는 장사꾼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에 냉국을 팔던 장사꾼들이 늦가을부터는 따뜻한 국을 팔게 되는 것이죠.


진행 : 날씨의 변동으로 북한 주민들의 가을도 한결 바빠지고 있네요, 날씨가 추워지면 월동용 화목이나 석탄의 가격에도 변동이 있을 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 통상적으로 화목 가격이 큰 폭으로 변하지는 않는데요, 다만 작은 규모로 팔리는 것들은 시세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대량으로 매매가 될 때에는 미세한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올 봄에 양강도에서 팔리는 화목가격을 알아본 데 의하면 1립방(입방, 세제곱)에 15만 4000원을 했었는데요, 월동준비를 한창 해야 하는 지금은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오히려 낮은 가격인 12만 7000원에 팔리고 있다는 거죠.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몇 만원의 돈도 귀하답니다. 같은 양을 구매하면서도 전보다 적은 돈을 쓰게 되면 예상했던 나머지 금액으로는 다른 것을 구매할 수도 있는 것이죠.


진행 : 네, 날씨가 변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해마다 월동준비를 해야 하는 주민들의 고충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북한 장마당 동향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800원, 신의주 5500원, 혜산 601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 1kg당 평양 1100원, 신의주 1120원, 혜산은 119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50원, 신의주 8100원, 혜산은 816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는 1170원, 혜산 1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1000원, 신의주 10600원, 혜산 105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500원, 신의주 7750원, 혜산에서는 78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000원, 신의주 6150원, 혜산은 6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