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말’ 10월호의 어이없는 ‘슈퍼노트 추적’ 보도

월간 말 10월호는 ‘조중 접경지에 슈퍼노트는 없었다’는 제하의 중국 옌지(延吉) 현지르뽀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옌지를 방문해 슈퍼노트 존재를 수소문했지만 결국 발견에 실패하고, 북한산 슈퍼노트의 존재를 부인하는 증언과 몇가지 의혹을 나열하고는 ‘슈퍼노트가 없다’는 단정적인 제목을 붙였다.

북한 관리가 유통했다는 증거는 둘째치고서라도 슈퍼노트 한 장 발견하지 못하는 빈약한 취재력을 드러내놓고도 ‘조중 접경지에 슈퍼노트는 없다’는 무모한 제목을 붙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해당 기자는 북한 슈퍼노트 유통에 대한 사전 이해와 준비 부족으로 슈퍼노트에 직접 접근하지 못했다.

결국 해당 기자는 옌지에서 슈퍼노트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사 제목은 ‘월간 말 슈터노트 찾는데 실패했다’고 붙여야 합당할 것이다. 그런데 담당기자는 ‘조중 접경지에 슈퍼노트는 없었다’는 단정적인 제목을 붙이고 말았다. 이는 스스로 취재력 부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취재 행태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말’지 독자들이 이 기사를 그대로 믿고 인용할 가능성이다. 따라서 이번 ‘말’ 기사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해 ‘말’ 독자들이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돕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국경지대에서 슈퍼노트를 구매하는 과정부터 알아야

먼저 기자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슈퍼노트를 직접 공개한 김문수 전 의원(현 경기지사)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은 “북한 정부가 제조한 위폐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위조지폐는 극비리에 제조 유통되기 때문에 (직접적인)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이 말만 놓고 보면 솔직히 상식 이하의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슈퍼노트는 데일리NK가 직접 단둥에서 입수해 제공한 것으로, 현지 특파원이 북한 무역상인들과 접촉하는 중국무역회사 소속 조선족 이모씨를 통해 구입한 것이다.

변경무역이 이뤄지는 단둥에만 수십개의 북한 무역회사가 나와있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거래가 2, 3회 이루어지면 슈퍼노트 구입 의사를 타진하며 샘플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퍼노트를 사줄 대상을 물색하고 이러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북한 무역일꾼들의 주요한 업무이다.

슈퍼노트 구입이 성사되면 그 이후에는 마약이나 심지어 총기나 탄약까지 거래의 대상이 된다. 보위부나 인민군후방촉국 무역일꾼들은 국가 관리들이며, 이들이 북한 내에서 제조한 슈퍼노트를 외부에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둥(丹東), 창바이(長白), 투먼(圖們)등 변경무역지대에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김 의원은 북한 관리들을 통해 슈퍼노트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 위폐 제조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오지 않는 이상 김 의원처럼 북한이 제조했다는 현장 증거를 내놓기는 어렵다. 이는 의혹의 대상이 아니라 북한 위폐 제조와 유통에 대한 여러 증거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위폐와 무관한 이들만 찾아다니는 ‘말’ 기자

‘말’ 기자가 옌지에서 슈퍼노트와 관련해 접촉한 현지인들은 중국 공안출신 변호사, 옌지 서시장 한국인 상인과 연변대 교수, 암달러상, 연변일보사 관계자가 전부다. 모두 위폐 유통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위폐 유통의 은밀한 성격을 감안하면 이들을 통해 위폐를 추적하는 것 자체가 어거지다.

연변일보는 중국 공산당 선전지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위폐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기자가 접촉한 중국 암달러상은 현지에서 반 합법적 성격의 직업인이다. 이들이 위폐를 유통시키는 것은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므로 연루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리고 암달러상은 달러를 사는 것이 주 목적이다. 생면부지의 외국인이 100달러를 싸게 사겠다고 하면 중국인 암달러상이 그 자리에서 ‘좋다’고 하겠는가? 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암달러상과 달러밀매상을 혼돈하기라도 한 걸까?

담당기자가 언급한 지호(池湖)라는 중국 공안출신의 변호사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그로부터 ‘증거가 없다’는 말을 한 것이 기사에 어떤 신뢰성을 확보해주는지도 알 수 없다. 몇 년 전 독립되긴 했지만 중국 변호사는 여전히 국가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다.

또한, 위폐에 대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수소문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취재방법이 아니다. 위폐는 유통 자체가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사적으로 소유한 경우는 공개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판매자가 먼저 제안하지 않고 구입자가 먼저 구매 용의를 밝힐 경우 판매자측에서 상당한 의심을 하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기자는 이것을 고려했어야 한다.

북 슈퍼노트 제조 유통 정황증거 충분

해당 기자는 기사 초반부터 일관되게 북한이 위폐를 제조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북한에 잠입해 위폐 제조현장을 포착하거나 동판을 압수해온다면 그 때서야 믿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는 매우 비합리적인 태도이다. 북한이 위폐를 제조·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정황 증거가 마련돼있다.

북한이 북한이 달러 제조에 사용되고 국가기관에만 판매되는 스위스 인쇄기 구입 및 기술자 파견, 슈퍼노트 제조에 쓰이는 종이의 입수 경위와 인쇄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 국제 범죄집단에 위폐를 제공한 혐의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북한 위폐 보고서’에는 미 재무부 관리들과 탈북자들의 상세한 증언을 담고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불편한 감정을 보이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도 북한의 위폐 제조에 대해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해오고 있다. 이태식 주미 대사는 올해 초 “미국 재무부측이 북한이 지난 2001년과 2003년 만든 슈퍼노트를 보여줬다”며 “미국은 북한이 북한 돈을 발행하는 곳에서 슈퍼노트를 제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사는 “미국은 2004년과 2005년에 북한 위폐에 관한 여러 가지 정황과 증거를 추가로 확인했다”며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알 카에다의 자금을 추적하다 북한 위폐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발표대로 1998년까지 북한이 위폐를 제조했다는 증거는 우리 정부도 갖고 있다. 이후 북한이 공장가동률이 30% 이하를 밑도는 조건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위폐제조를 중단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결국 ‘슈퍼노트는 없었다’고 단언한 이 기사는 허무하기 짝이 없다.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쳐내는 예리한 취재감각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이념적 편가르기가 진실을 찾아내려는 기자의 도전정신을 훼손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기우마저 든다. 슈퍼노트를 찾아 나선 기자가 처음부터 ‘슈퍼노트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슈퍼노트에 대한 집요한 추적의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어쨋든 국내외에서 ‘말’ 10월호의 어설픈 ‘추적’기사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북한 위폐문제는 미국 뿐만 아니라 유엔 회원국과 인터폴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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