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대로 밀어부치고 北 안 받으면 미련 버려라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했다. 이 대통령의 한-인도 정상회담과 스위스 다보스포럼 등은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보스 포럼에서 앞으로 한국이 선진국-개도국 사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가 전달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연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발언이  ‘더 큰 뉴스’ 되었다. 2월 첫 주는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 문제로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등에서 나올 뉴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그만큼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하여 의제, 시기 등을 놓고 야당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보수-진보가 각각 찬성 또는 반대할 수 있고, 보수 진영 내에서도 찬반이 분열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정부는 의제, 시기, 장소 등의 문제를 놓고 원칙과 현실, 그리고 국민 여론 등을 충실히 살펴야 할 것이다.


BBC, CNN과의 대통령 회견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핵포기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 북한과 그랜드 바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BBC와의 회견에서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다. 단지 우리가 유익한 대화를 해야 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양측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조만간이라며 이렇게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밝혔다.


CNN과는“결국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내부 사정도 있기 때문에 곧바로 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랜드 바겐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그동안 계속되어온 ‘그랜드 바겐’과 동일하다. 다만 ‘연내 개최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현실감이 눈앞에 닥쳐온 것일 뿐이다.   


대통령의 BBC 회견 등과 관련하여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원칙에 맞고 여건과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며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의 싱가포르 접촉 이후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뚜렷하게 외부에 알려진 것은 없다. 하지만 비정부 기구와 개별 인사들을 통한 남북 접촉은 계속되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공은 북한에 가 있다”는 발언은 우리가 북측에 요구한 것은 이미 할 만큼 했으니, 북한이 이제 답변할 시기가 되었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다. 


핵심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북핵 포기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문제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보인다. 두 가지가 충족된다면 6자회담 진척에 따라 그랜드 바겐이 가동되고 북한도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 여권에서는 과거처럼 회담을 위한 회담, 경제적으로 많이 양보하고도 핵문제 등으로 뒤통수를 맞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대북 정책은 균형을 잡아왔다.


BBC, CNN 회견이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조건 없이 정상회담에 나와야 한다는 뜻”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현재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북측이 우리에게 ‘6.15 선언, 10·4 합의 내용을 지키겠다고 먼저 약속해라’는 요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핵포기 의제는 빠지고 6.15 선언만 남북간에 재확인하게 된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지난 10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추진과 관련하여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역시 ‘원칙 있는 자세’이다. 이제 우리가 공을 북측에 넘겨주었으니까, 1)북한이 핵포기 관련 의제를 확실히 수락할 것인지 2)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진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랜드 바겐에 시동을 걸 정도로 북측의 진정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만약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이 그렇게 나오지 않을 경우, 우리는 굳이 남북정상회담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 ‘최대한 원칙대로 밀어부치고 북이 안 받으면 미련없이 털어버린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시기처럼 ‘그래도 대통령께서 재임중 남북정상회담을 한번은 하셔야…’라고 말하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 옛날식으로 표현하자면 ‘간신 모리배’들의 말을 이대통령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사실 그런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진정한 ‘실용주의자’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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