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대북사업가 김영일 회장

“지난 17년 동안 대북사업을 해오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6자회담 이후에는 서광이 비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1991년부터 북한과 교역을 해온 ‘원조’ 대북 사업가 김영일(金英一.65) 효원물산 회장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대북사업을 회고하고 6자회담 이후 전개될 미래를 전망했다.

김 회장은 먼저 “무역업에 줄곧 종사하며 세계 각국 시장을 누비다가 ‘마지막 남은 시장’인 북한시장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대북사업을 시작했다”며 “초기에는 일본이나 홍콩 등을 거쳐 북한과 교역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1년 시멘트 2만t으로 시작해 냉동명태, 고사리, 왕벌젖(로열제리), 버섯 등 농수산물 위주의 북한산 1천만달러 어치를 반입, 대부분 남한에 판매하고 일부는 미국에도 수출했다.

그는 “1998년 현대가 금강산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대북사업의 암흑기였다”면서 “북측이 흡수통일을 우려한 나머지 정보당국에서 기업인을 가장해 나오는 것으로 착각, 잘 만나지도 않으려 해 대화가 안됐고 선박도 여의치 않아 물건값보다 배값이 더 많이 들어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초창기 북으로부터 반입하기로 계약한 시멘트를 실러 갔다가 준비가 안돼 건설 성수기에 맞추지 못했던 기억과 서류 미비를 이유로 남한 당국이 통관을 시켜주지 않아 북한산 냉동명태를 6개월간 항구에 보관하다가 ‘쪽박 찬’ 실패담도 소개했다.

“북한과 제대로 대화가 안되는 상황에서 도저히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북측에 ‘평양사무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 1992년 일본 모회사 이름으로 평양사무실을 내기도 했다”며 “그후 대화가 돼 로열제리 등을 독점 공급함으로써 돈도 벌 수 있었다”고 ‘재미본’ 경험도 곁들였다.

현대가 금강산사업을 시작하고 북측 대남경협 총괄기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로 창구가 일원화 되는 등 남북경협의 커다란 변화 속에서 사업가로 느낀 장단점도 털어놨다.

김 회장은 “남북기업이 제 3국을 통하지 않고 만나 일하게 됐고 선박도 남포-인천간, 나진.선봉-부산간 정기선이 생기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었다”면서 “하지만 민경련이 급증하는 남북교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남북 기업간 직접 접촉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6자회담 해결에 대한 부푼 기대와 함께 ‘머지않아 찾아올 성공’을 확신하는 사업가 특유의 낙관적인 전망으로 대북사업의 미래에 대한 ‘그림’도 그렸다.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경제 재건의 기회는 영영 물건너갈 수 있다”며 “북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경제난 해결이라는 최대 과제를 이번 6자회담을 통해 풀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예상대로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남북 간 이미 합의한 ‘유무상통(有無相通:있는 것은 주고 없는 것은 받는다는 뜻으로 사회주의 국가간 물물거래방식)식’ 신(新) 경협방식과 청산결재거래 등을 본격적으로 실현해 나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측은 수천억대에 달하는 지하자원을 남쪽이 개발하도록 하고 절대 부족한 생활필수품을 남측에서 공급하게 하는 유무상통식 신경제 협력을 통해 경협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개성공단에 이어 대북사업가단체 남북투자기업협의회가 추진중인 평양지역 제 2, 제 3공단 건설계획이 남북경협의 발전적 도약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북측과 경공업단지 위주의 새로운 공단을 평양시 낙랑구역에 건설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북측에서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핵문제가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가면 이 사업도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울러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과 남측 기업 등이 ‘3박자’로 어울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물건을 직접 보지도 않고 샘플(견본)만 보고 계약한 뒤 사들여야 하고 물건 내용이 달라졌거나 하자가 있을 경우 클레임(시정요구)을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정상적인 교역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교역 시스템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북측 당국에는 “남측 전문가하고 팀을 짜서 접촉이 용이한 개성공단 등에서 자주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남측 당국에는 “반입 제한품목 결정 등 정부가 일일이 나서지 말고 민간에 맡길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넘겨 스스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각각 조언했다.

대북 사업자들에게도 “서로를 갉아먹는 업체간 과당 경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제는 ‘스타 기업’보다 힘을 합쳐서 함께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울러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한 변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6자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피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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