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화에 지령내린 공작원이 그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이 정말 원정화에게 지령을 내린 공작원이 맞습니까?”

최근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된 위장탈북자 원정화씨의 주요 활동무대 중 하나였던 중국 단둥(丹東)의 한국 교민들은 간첩사건의 후폭풍이 밀려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무엇보다 원씨에게 수시로 지령을 내리고 활동상황을 보고받았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 김모씨는 약 3년 전부터 남북경협 창구인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단둥대표부 부대표 신분으로 활동하면서 대북사업을 하는 한국인들과도 두루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제부처가 아닌 보위부 출신이기는 하지만 다른 부대표들과 마찬가지로 남북경협 업무에 관여해왔고, 특히 작년 하반기 대표를 맡고 있던 오모씨가 평양으로 소환되면서 대리대표가 지정되기 전까지 사실상 단둥대표부 업무를 총괄해왔다.

단둥의 한 교민은 5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내 주변에서만 김씨와 접촉을 가지면서 대북사업을 해왔던 한국인 사업가가 10명은 족히 된다”며 “이 중 한두명은 김씨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냈다”고 귀띔했다.

민경련 단둥대표부를 통해 북한과 무역을 해왔던 다른 교민은 “사업상 김씨와 접촉할 기회가 많았는데 나도 그럼 대공수사 용의선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김씨가 보위부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단둥 바닥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한국인 사업가들도 그가 보위부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접촉을 했고 김씨 역시 업무와 관련된 것 말고는 다른 주제에 대해 묻거나 그런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씨를 아는 대다수 교민들은 김씨가 원씨에게 지령을 내린 공작원이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설마했는데 역시…”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단둥의 한국 교민들은 이번 간첩사건으로 가뜩이나 활기를 잃고 있는 남북경협이나 대북무역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교민은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서도 그래도 무역 자체는 근근이 명맥을 이어왔는데 민경련이 간첩활동의 거점으로 지목된 이상 한국인 무역업자들은 이제 사업 목적의 민경련 사무실 출입도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27일 원씨 간첩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부터 단둥 압록강호텔 2층의 민경련 단둥대표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대북소식통은 “지난주부터 단둥에서 김씨의 모습이 목격되지 않아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소재를 문의했더니 ‘출장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