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오는 개성공단…살리는 법과 죽이는 법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 법규와 계약을 무효화하겠다고 통지문을 보내온 것은 원래 김정일 정권이 개성공단을 설치할 당시의 숨은 목적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개성공단은 김정일이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 제의해서 남북합작으로 시작되었다. 개성공단은 6.15 공동선언 제4항의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관련된 것이었고, 또 남측은 개성공단에서 진정한 ‘우리민족끼리’를 한번 해볼 수 있는 사업으로 중시해왔다. 우리 기업들은 기술·설비·자본을 대고 북은 노동력을 제공해온 것이니까, ‘남북 상생적’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 입장에서 개성공단을 본다면 크게 3가지 정도의 목적을 갖고 있다.

첫째, ‘남한에 땅과 사람을 빌려주고 현금을 챙기는 사업’이다. 김정일 입장에서 본다면 전체주의 수령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통치자금 확보 차원의 ‘남한 상대 외화벌이 사업’이다.

전체주의 수령독재 체제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쉽게 설명한다면, 정권이 먹고 입는 것(무상배급), 아플 때 병 고쳐주는 것(무상치료), 교육을 거의 무료로 받게 해주는 것(무상교육), 이상 3대 분야를 해결해주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주민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려먹는 것(집단동원체제)이다. 지구상에 나타난 거의 모든 공산독재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때문에 전체주의 수령독재체제는 정권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 또 이 3대 분야를 해결하지 못하면 밑바닥부터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현재의 김정일 체제가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데일리NK는 안정적 북한변화를 위해 일관되게 북한에 개방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은 수령독재정권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부하들의 충성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생일날 승용차 선물도 줘야 한다. 또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공책과 사탕이라도 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와 고 정몽헌 회장에게 개성공단을 ‘윤허’해준 것이다.

둘째, 개성공단은 근원적으로 대남 정치인질 성격을 갖고 있다. 북한당국은 원래 인질극에 강한 편이다. 과거 북송 사업을 할 때도 조총련 가족들을 북에 인질 형태로 잡아놓고 일본의 총련 가족들에게 돈을 우송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조총련 사람들은 북에 가 있는 가족들 때문에 대놓고 북한정권을 반대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도 남한 사람들이 햇볕정책과 ‘우리민족끼리’를 반대하지 못하도록 인질로 잡아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좀더 크게, 멀리 보는 전략안(戰略眼)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개성공단이 남남갈등 유발 및 한미동맹 이간용으로 작용해왔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북한당국이 미국 여기자 2명은 풀어주고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씨는 풀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잠재한다.

셋째, 개성공단은 김정일 정권이 주변국의 개혁개방 요구를 의식해서 마치 북한도 개방하고 있다는 눈속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은 김정일 정권이 개혁개방을 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을 하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다. 만약 북한이 개성공단에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북과 무비자 협정국) 등의 자본을 유치한다면 이는 확실한 개방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든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개성공단도 비록 우리에게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온 것도 사실이다. 북한주민에게 노동의 댓가로 빵을 줄 수 있고, 또 비록 제한적이지만 시장경제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남북간 체제 공통성을 넓히는 데 일정 수준 도움이 되어온 것이다. 그래서 데일리NK는 종합적으로 볼 때 개성공단은 유지·확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그동안 개성공단 단맛을 빨아먹은 뒤 근로자들의 시장경제 의식이 다소 생겨나니까 속칭 북한 말로 ‘후과’가 두려운 것이다. 개성공단 유씨 사건도 포괄적으로는 이른바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후과’가 그 배경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김정일 정권은 무리한 토지임대료,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정부가 여러가지 협상 전술을 동원해서 개성공단이 현재대로 유지될 수 있다면 그대로 가보는 것이 나쁠 게 없다. 개성공단은 어차피 남북관계에서 ‘질척거리며 가는’(muddling through) 사업이다. 따라서 무리한 범위가 아니라면, 이를테면 남한의 노사협상 하듯이, ‘노조위원장 김정일’과 협상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이 교섭 현장에 나올리는 없겠지만 남측 사측 대표들은 그런 종류의 협상을 계속 요구해보는 것이 좋다. 입주 기업들이 정부의 도움만 구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추동해가는 것은 작은 제스추어라도 큰 의미를 갖는다.

둘째, 개성공단 문제를 중국과 협의해보는 것이 나쁠 게 없다. 중국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도록 하고, 이어서 중국으로 하여금 홍콩, 싱가포르등의 투자를 유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물론 ‘돈의 원리’대로 진행되는 것이 맞지만, 초기에는 정치외교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상이 개성공단의 실질적 개방화를 위한 제1단계이며, 그 주인공은 한국과 중국이 된다. 제2단계로는 한국이 일본, 미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국제공단으로 확대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개성공단은 한국과 중국이 주요 투자국이 되면서 실질적인 ‘개방의 모델’로서 가꿔가보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진행하자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전략이 필요한 것이고, 특히 한국과 중국이 정치외교 분야에서 대북교섭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하지만 북한의 ‘개성공단 포기’가 확실하고 더이상 돌아볼 것도 없다면, 정부는 과감하게 개성공단을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한국이 개성공단에 미련이 없다는 뜻이 북한 당국에 전달된다면 이는 김정일 정권에게도 타격이 된다. 북한당국이 일반 주민과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차단해왔지만 발이 없는 말도 천리를 가는데, 휴대폰은 한순간에 천리, 만리를 간다. 즉 김정일 정권이 개성공단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돌기 시작할 것이고, 그만큼 정권에게는 타격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대북방송들은 김정일 정권이 남북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개성공단을 포기하려고 한다는 진실보도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좋다. 우리 언론들은 물론 사실대로만 보도하면 될 것이다.

또 우리가 개성공단을 털어버리면 김정일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독재통치 자금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이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이란 아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대북사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이상이 개성공단을 살리는 방법과 죽이는 방법일 것이다.

김정일 전체주의 수령독재 정권이 개방정부로 이행되지 않는 한 대북사업을 해서 돈 벌기는 너무 어렵다. 이제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는 이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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