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공사재개’ 北이 먼저 언급

북한이 현재 영변 5㎿급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중단됐던 50㎿급 원자로 공사에 곧 착공할 것이라는 9일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 로스알라모스 국립핵연구소장의 발언은 이미 북한이 ‘미래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여러 차례 밝혔다는 점에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5월 영변 5㎿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인출 사실을 발표하면서 “5MW 시험원자력발전소의 가동과 5만(50㎿) 및 20만kw(200㎿)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을 재개한다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공사를 진행하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로 중단했던 원
자로는 1985년 공사에 착수했던 영변의 50㎿급 원자로와 이후 공사가 시작됐지만 진척이 거의 없었던 태천의 200㎿급 원자로다.

50㎿ 원자로는 5월말 방북했던 존 루이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에게 북한 당국자가 50㎿ 원자로와 200㎿ 원자로 건설 공사를 재개했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 교도통신이 6월15일 보도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월1일 “북한은 이전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공사가 재개됐는지 여부는 정보 사항에 해당한다며 언급을 피했다.

리 근 북한 외무성 국장도 7월 방북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와 인터뷰에서 “영변 50㎿ 원자로는 건설 중단 이후 뼈대가 남아 있지만 올해나 내년에 완공하고 태천 200㎿ 원자로 공사는 적어도 2∼3년 안에 끝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북한의 원자로 공사 재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미국의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올해 9월11일 촬영한 영변 원자력 단지 상공의 위성 사진을 토대로 “5㎿ 원자로는 가동 중이며 50㎿ 원자로도 건설이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려 이를 뒷받침했다.

5㎿ 원자로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아 오르고 50㎿ 원자로 건설 현장 주변에 새로 난 도로와 이동식 기중기로 보이는 물체가 공사 재개를 강력하게 암시하는 새로운 활동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헤커 교수가 “북한이 50㎿ 원자로 공사에 곧 착공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자신이 북한을 방문했던 8월의 상황을 전달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상황까지를 반영한 것인지는 언론 보도만으로 구분이 불분명하다.

그는 이번 방북 기간 리홍섭 영변 원자력 연구소장을 만나 “50㎿ 원자로에 대한 재설계가 마무리됐으므로 공사가 곧 재개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 그 시기(8월)에는 공사장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만들거나 공사 장비를 막 배치하는 정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헤커 교수의 발언에서 또하나 주목할 것은 공사가 재개된 50㎿ 원자로가 재설계됐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작년 1월에도 방북했던 헤커 교수가 귀환 직후 워싱턴포스트에 밝힌 데 따르면 1980년대부터 공사가 진행돼 목표 완공 시점을 불과 1년 앞두고 제네바 합의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거의 황폐화된 채로 방치된 상태였다.

헤커 교수의 발언을 소개한 AP 통신의 보도에서 ‘개장(改裝)하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refurbish(일신하다.개장하다)’가 쓰인 사실을 보면 북한당국이 안전도를 고려해 부식된 콘크리트와 철근을 걷어내는 등 보강 공사를 염두에 둔 소규모 설계 변경이 아닌가 추정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한 전문가는 “원문에서 ‘refurbish’를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원자로에 사용되는 연료 형태 및 농축도를 바꿔 출력을 증가시키는 설계 변경의 의미로는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연구용 원자로가 아닌 전력 생산을 위한 상용로에서 출력 증강을 시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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