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청문, `용산참사’ 청문회 방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용산 참사 책임론과 국가 정보 수장으로서의 적격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용산 참사와 관련한 검찰의 전날 수사결과 발표 직후 개최되는 청문회인 데다, 민주당이 행정안전부 장관이기도 한 원 내정자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 `용산 참사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와 함께 공직생활 대부분을 서울시에 몸담아온 원 내정자가 국가 정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원 내정자를 둘러싼 부동산.병역 의혹 등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용산 참사 책임론 = 민주당은 용산 참사와 관련, 원 내정자의 정치적 책임론을 집중 거론했다.

이에 따라 용산 재개발지역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원 내정자가 경찰로부터 진압작전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진압작전을 승인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청문회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용산 참사와 관련해 원 내정자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한나라당도 지난 2003년 경찰의 행위에 대한 장관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 당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 이를 통과시키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2003년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미군 훈련장 진입 시위 및 한나라당 당사 습격 시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김두관 전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용산 문제에 있어 원 내정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며 “행안부 장관은 법상 경찰청장의 제청권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며 적극 반박했다.

경찰이 그동안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왔으며, 검찰이 전날 `경찰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결론을 내림에 따라 행안부 장관인 원 내정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된 만큼 용산 참사를 둘러싼 책임 논란을 종결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행안부 장관은 경찰의 수사, 시위 진압 등 구체적 사건의 처리에 있어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공무원의 직무집행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없다”며 “따라서 이번 용산사고를 불법 폭력시위나 재건축 관련 제도 등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이해봉 의원은 “단지 경찰청이 행안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책임소재도 규명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내정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정치공세로, 소모적인 논쟁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S라인’ 정보기관장 기용논란 = 이날 청문회에서는 국가정보 기관장으로서 원 내정자의 경험.전문성.적격성 여부가 집중 검증됐다.

특히 민주당은 원 내정자가 정보기관장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사’로도 불리는 측근이기 때문에, 현 여권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S(서울시)라인’이기 때문에 그 자질과 관계없이 발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원 내정자는 지방행정 공무원 출신”이라며 “불과 행안부 장관 11개월 경력을 갖고 있는 원 내정자가 외교.국방.대북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기관의 적격자냐”고 따졌다.

또한 송영길 의원은 “대통령의 측근이 사람, 안보.정보 비전 전문가를 여야를 초월해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앉히는 게 적합하냐”고 물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 같은 일각의 우려를 의식하듯 국정원 개혁, 안보 현안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하며 자격 검증에 나섰다.

동시에 국정원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활동을 해왔다고 규정, 이를 해소할 복안을 묻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국정원 개혁에 원 내정자가 적임이라는 판단 때문에 대통령이 내정했다고 본다”며 국정원 개혁 구상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에 따른 `3월 위기설’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정 의원은 또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하에 발생했던 불법도청, 정치사찰 등과 같은 부분은 진실규명을 위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의원은 “좌파 정권은 지난 10년간 국가정보기관의 힘을 약화시키고 보안수사를 경시해왔다”며 “이로 인해 국가 안보와 정보의 수집 기능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각종 의혹 논란 = 원 내정자 부인과 누나 명의로 구입한 뒤 매도한 경기도 포천 땅 등과 관련한 투기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한국토지공사 자료에 따르면 원 내정자 부인 이모씨는 원 내정자의 누나와 함께 1999년 5월 13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의 논(1천121㎡)과 밭(2천185㎡)을 각각 600만원, 8천만원에 구입했다”며 “당시 서울에 살던 부인이 포천까지 가 농사를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히 “등기부등본에는 당시 구입한 논과 밭은 원 내정자의 누나 명의로 등기돼 있는데, 같은 지번의 검인 계약서에는 원 내정자의 부인 이름으로 매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면서 “원 내정자 부인이 누나 이름을 빌려 투기목적으로 땅을 사고판 뒤 재신신고 내역에서 누락하기 위해 명의신탁을 한 것”이라며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은 원 내정자 부인 이씨가 2001년 샀다가 같은 해에 판 경기도 이천 땅에 대해서도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또 “원 내정자의 아들이 소방대원으로 복무하던 당시 휴가를 받는 데 있어서도 특혜 의혹이 있다”면서 “원래 누나 결혼식에는 휴가를 못 가게 돼 있는데 청원 휴가를 갔다”면서 아들의 군 복무 기간인 지난 2003년~2005년 서울시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원 내정자의 개입 여부를 추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