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死去가 그것이다.
노령의 자연사와는 달리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은 피의자로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다는 점에서 그를 사랑하고 그의 정치적 견해에 동조하였던 국민들의 시선이 단지 고인에 대한 슬픔의 감정뿐이 아니라는 점도 명백하다. 착잡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복합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집행되리라고 한다. 이미 고향 봉화마을과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 모여드는 인파들로 보아 국민들 다수가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유족이 합의한 국민장은 적절한 결정이라고 보인다. 특히 7일간의 애도기간 중에 국민과 언론, 정치인과 시민단체 모두 절제된 표현으로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갖는 감정이 일치할 수 없음도 분명하다. 그것은 우선 노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깝게 지낸 가족이나 그와 정치적 동지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아온 고인의 인간적인 모습은, 일반사람이나 혹은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섰던 사람들이 시시비비의 대상으로 고인을 보는 모습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특히 보수 내지는 우파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하여 적어도 애도기간 중에는 불필요한 논쟁의 소지를 만들 발언이나 글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시시비비의 기간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친지들, 그리고 그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때다.
그러나 5월 29일 진영의 공설운동장에서 영결식이 끝난 후, 봉화마을에 다시 깊은 정적이 찾아올 때에는, 애도기간 중에 국민, 언론, 정치인 및 시민단체 등이 억제하였던 슬픔 이외의 감정들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봉화마을에서는 일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문상객을 선별하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의 책임을 놓고, 이념의 선에 따라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모두 살펴보아야 할 점은 ‘게임의 규칙’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던 간에 당사자들이 과연 적절한 규칙을 지켰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들이 있어야 한다. 이 반성은 어느 한 쪽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영결식 이후에 있을 논의에서도 게임의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
감정이 사실과 논리를 덮을 수 없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사실과 논리가 게임의 전부는 아니다.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넘는 순간, 우리는 ‘원망’과 ‘증오’를 내려 놓으라는 고인의 마지막 희망도, 또 미래의 한국을 위한 희망도 다시 기약 없이 늦출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冥福)을 빌며, 그의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